서초구,빨간 간판 퇴출키로…미관위해 조례제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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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빨간색 간판 몰아낸다. " 서울 서초구가 구 (區) 조례 제정 등을 통해 '빨간색 간판 퇴출작전' 을 벌이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극적인 색상으로 눈길을 끌려는 업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지나치게 많아져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 지난해 구내에서 허가.신고된 2천1백여개의 신규 간판중 70%인 1천5백여개가 붉은색 계통이라는 것.

LG.SK정유 등 일부 대기업들이 빨간색 로고를 사용하더니 지난해부터는 일반음식점.학원 등도 붉은 색 간판으로 바꿔달고 있다는 게 서초구측의 판단. 서초구 고태규 도시정비과장은 "네온사인에 이어 일반 간판에까지 공포.흥분.정열 등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범람해 문화.환경 친화적 구 이미지와 시민 정서를 해치고 있다" 고 말했다.

간판 제조업체인 세일기업 이봉환 (43) 사장은 "불경기가 심해지면서 고객의 절반 이상이 눈에 잘 띈다는 이유로 빨간색을 찾고 있다" 며 "너무 흔해져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다른 색깔을 권할 정도" 라고 말했다.

그러나 빨간색 간판을 달지 못하게 할 방법은 없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네온사인 등에 붉은 색을 절반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일반 간판에는 별다른 규제조항이 없기 때문. 이를 감안해 서초구는 상반기중 반포로.강남역 제일생명 뒷거리 등 유흥가 밀집 지역을 서울시로부터 특별지역으로 고시받아 색상.규격.안전도를 규제키로 했다.

또 올해말까지 업종.지역별로 간판의 빨간색 사용 범위 제한, 규격의 단순화 등을 담은 자체 조례를 제정해 규제 대상을 서초구 전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흑백 간판만을 달도록 한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을 가로막는 또다른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빨간색 간판으로 인한 피해가 입증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민 권리 침해 논란이 일 소지가 있어 특별지역 고시에는 신중을 기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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