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벤처기업 팬택"나도 대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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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해가 준비의 해였다면, 올해는 재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휴대폰 업계에 돌풍이 일겁니다."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정보통신업계에서 '태풍의 눈' 으로 떠오르고 있는 ㈜팬택의 박병엽 (朴炳燁.38) 사장은 기묘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불과 5명으로 시작한 구멍가게가 8년여 만에 직원 2백80명 매출 5천억원 규모의 어엿한 대기업 반열로 발돋움하는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희망' 이 아니다. 지난해 매출만도 7백억원. 여기다 이미 모토로라로부터 3억달러 (현재 환율로 약 3천5백억원) 의 주문을 확보해 놓은 터라 올 매출이 지난해의 7배 수준에 이를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재편 작업에 들어간 김포공장의 휴대폰 생산라인이 최근 마무리, 오는 20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모토로라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달 35만대, 연간 4백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생산해 절반 이상을 수출하게 됩니다. 올 국내 시장 점유율도 15~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겁니다." 朴사장의 말이다.

이렇게 되면 팬택은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 등 대기업이 할거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게 된다. 또 다른 30대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팬택의 성공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91년, 당시로서는 '최경량 무선호출기 (삐삐)' 로 출범 초반부터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92년 28억원에서 95년 3백55억원, 97년 7백6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팬택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전공을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바꾸기로 하면서부터. 삐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휴대폰으로 주종목을 바꾸기로 하고, 95년 일본에 연구소를 세우는 한편 기술 확보에 나섰고, 이듬해에는 경쟁이 가장 심하다는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1백g도 안되는 PHS (일본식 개인휴대통신) 용 단말기 '스파키' 를 선보여 10만대를 수출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국내시장의 호응도 예상 외였다. 이런 가운데 행운 (?) 이 찾아왔다. 모토로라와의 전략적 제휴. 한국 아날로그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누리다가 삼성전자 등에 밀려 거의 '퇴출' 단계로 떨어진 뒤 재기의 기회를 노리던 모토로라의 눈에 띈 것.

특히 취약지대인 부호분할다중접속 (CDMA) 방식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던 모토로라 입장에서는 팬택의 '기술력' 이 딱 맞아떨어졌다. 대기업과 '한판 승부' 를 위해 든든한 물주가 필요했던 팬택과 의기가 투합한 것은 당연한 결과.

두 회사는 전격적으로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고, 모토로라는 팬택에 1천5백만달러를 투자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대신 연간 4백만대의 휴대폰을 주문자상표부착 (OEM) 방식으로 공급받기로 했다.

김포공장에서 생산할 첫 제품은 모토로라의 폴더형 휴대폰 '디지털 스타택' . "단순히 모토로라의 설계도면을 받아 생산하는 하청업체에 머물지는 않을 겁니다.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해 모토로라에도 제시하는 한편 21세기에 대비한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시킬 것입니다." 朴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차세대 영상휴대폰인 'IMT - 2000' 개발이 그것. 팬택은 이미 영상시스템.지문인식장치 등을 만드는 팬택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팬택네트워크 등 두 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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