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신춘중앙문예 평론]김남석씨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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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처음 윤대녕을 선택하던 날에 대한 느낌뿐이다.

그 날은 지구를 동쪽으로 돌았을 때, 얻게 된다는 시간차와 같은 휴일이었다.

서점에 갔고,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윤대녕의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가 헐값에 팔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무작정 그 책을 샀고, 며칠동안 그 책과 윤대녕의 다른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문학이 현실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로 시작되는 밑도 끝도 없는 자문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나는 평론가가 되고 싶었다.

거칠게 말해서, 문학이 세상의 모습을 반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면, 평론이, 세상에 대해 항상 불안함과 열등감으로 일관해 온 나에게 이해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읽은 문학과 내가 살아온 삶 사이에 조그마한 징검다리를 놓고, 흘러가는 삶과 그 삶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문학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이보다 더 크고 웅대할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 그래야 하기도 하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내 앞에 놓인 작은 삶의 맞은 편과 삶이 구부러진 부분을 비출 수 있는 소박한 견해에 멈추어 있음을 자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이 작고 소박한 욕구로 문학을 시작하려 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변일 것이다.

나의 대책없는 자문에 대해, 또다른 자문의 기회를 제공해 준 중앙일보와 심사위원님들께, 좋은 평론으로 전범이 되어 준 서연호선생님과 모교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학이 냉정한 이성이기보다는 따뜻한 감성에 속해야 함을 알려준 어머니와 그녀에게 감사드립니다.

▶73년 서울출생 ▶98년 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재 고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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