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장애가 인생 장애 아니란 걸 보여줄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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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가슴을 열고 다가서면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9 세계장애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개막을 보름 앞두고 동분서주하는 서명원(50·사진)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회장은 이번 대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코트 위에서 비장애인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신체의 장애가 결코 ‘인생의 장애’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대회는 2005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3회 대회가 9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7월 제2대 회장에 취임한 직후 세계대회 유치 신청이 냈던 것이 올해 봄 받아들여졌다.

서 회장은 2005년 장애인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협회와 인연을 맺었다.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비운의 스타 라경민 등이 소속됐던 대교눈높이 배드민턴팀 감독을 지냈다. 지금은 대한장애인배드민턴협회 회장 외에 대한배드민턴연맹 전무이사, 대교스포츠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장애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이유는.

“2회 대회까지 주먹구구식으로 대회를 운영했다고 본다. 이로 인해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해 안타까웠다.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그들만의 축제’로 머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엘리트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세계 대회의 격에 걸맞게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국내외 선수들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회 개최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회 예산은 2억원 정도 된다. 협회 1년 예산(2009년 1억 8000만원)보다 많다. 올해 봄 개최 확정 이후 스폰서 확보가 난제였다. 다행히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나섰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인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힘을 보탰다. 강 회장은 세계연맹 회장에게 지급되는 출장비를 따로 모아 기금을 조성하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중 5만 달러를 쾌척했다. 대회를 치르는 데 큰 힘이 됐다.”

-취임 이후 국내 장애인배드민턴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발족하면서 협회도 출범, 장애인체육회 산하단체로 가입했다. 하지만, 초창기인 탓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 행정 체계부터 바꾸고, 모든 것을 선수 위주로 진행했다. 지난 1년 동안 협회가 치렀던 일곱 차례의 각종 대회를 엘리트스포츠와 똑같이 진행,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러자 주위의 인식도 바뀌었다. 인천 계양구청이 2014년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장애인 실업팀 창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배드민턴이 장애인올림픽 정식 종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러니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는데, 장애인배드민턴은 17년째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BWF에서는 강 회장을 중심으로 정식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BWF는 세계장애인배드민턴연맹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산하단체로 가입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장애인 홍보대사가 된 느낌이다.

“장애인 체육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가령 휠체어 등급에 해당하는 선수의 경우 하루 종일 휠체어에 의지하다 보면 엉덩이가 땀에 절어 짓무를 지경이다. 훈련 뒤 선수끼리 서로 치료해주는 괴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열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이 흘리는 땀의 의미를 인정하고, 장애인 체육 발전을 위해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배드민턴을 장애인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가입시키는 것이다. 이를 성사하면 실업팀 창단, 연금 지원 등 장애인 선수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글·사진=박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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