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정보시스템 자문사 차린 강구열.병훈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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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가창업 (一家創業) - .가족의 사랑과 단결로 IMF 경제난을 넘고 대량실업 역경도 이긴다.

곳곳에서 싹트는 가족기업은 '직업은 있어도 직장은 없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를 지키고 살릴 유력한 대안이다.

이탈리아.대만의 중소기업 신화를 넘어서 또하나 '한국의 신화' 를 기약하는 가족기업 이야기를 연중기획으로 싣는다.

남들보다 일찍 컴퓨터에 눈떠 생업으로 삼은 아버지는 아들이 뭔가 다른 길로 가길 원했다.

그러나 아들은 독학만으로 컴퓨터 조립.소프트웨어 제작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컴퓨터 도사' 가 됐다.

강구열 (姜求列.55).병훈 (炳薰.26) 씨 부자. 지난해 12월초 설립한 정보시스템 통합 및 컨설팅 전문회사 ㈜ESP의 공동창업자다.

IMF 폭풍의 한복판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던 두 사람.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아들은 아버지의 어깨를 잡고 다시 일어섰다.

구열씨는 소위 'IMF 명퇴자' 다.

그는 IMF 삭풍이 몰아치던 97년말 1백50명의 명예퇴직자중 한 사람으로 20년간 몸담았던 동아건설에서 정보시스템팀장을 끝으로 물러나야 했다.

퇴직한 뒤 두달동안 구열씨는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4월 어느 날. 아들이 침묵하던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다.

"아버지, 정보시스템 컨설팅 전문회사를 차려 보시면 어떻겠어요. 저도 도울게요. 그 분야라면 자신 있잖아요. " 한성대 무역과 졸업반에 재학중인 병훈씨는 공기업에 들어가 전산업무를 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일자리를 빼앗은 IMF사태는 아들에겐 아예 일할 기회를 줄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데 의기투합한 부자는 곧바로 실행에 착수했다.

구열씨는 능률협회의 경영컨설턴트 7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병훈씨는 IBM.삼성SDS 등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각종 노하우를 전수받아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초 구열씨의 퇴직금 5천만원을 자본으로 서울종로구낙원동 한 오피스텔에 마침내 회사 문을 열었다.

직원은 姜씨 부자와 PC통신 공모를 통해 모집한 대졸 미취업생 3명 등 모두 5명. 업종은 인력.재무관리 등을 종합전산화하는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System Integration) 과 운영 (System Management) .아버지가 주로 중소기업을 찾아 다니며 컨설팅을 하고 아들은 직원들과 함께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다.

실력과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창업 한달도 안돼 한국식품연구소 등 4곳의 시스템 통합 작업을 따냈다.

수주 총액은 4천여만원. 올해는 5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명퇴와 미취업의 시련을 딛고 가족 창업으로 다시 일어선 姜씨 부자에게 기묘년 (己卯年) 새해는 희망과 도전의 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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