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호떡·호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옛날엔 동네 구멍가게마다 커다란 찜통에 호빵을 쪄서 팔았잖아요. 외국에 있으니까 호빵.호떡 생각이 더욱 간절하더라고요." 해외주재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독일에 가있던 5년의 시간을 더듬으며 주부 이두종 (李斗鍾.37.서울양천구목동) 씨는 재빠르게 밀가루반죽을 빚어 프라이팬에 올려놓는다.

한번 뒤집어 지긋하게 누르자 투명한 반죽 사이로 달착지근한 설탕물이 배어들며 노릇노릇해지는 호떡 - . 동호 (7).동준 (5) 형제가 곁에서 지켜보다 침을 꿀떡 삼킨다.

"독일에 가면 양식만 먹고도 잘 지낼 줄 알고 한국음식용 식기나 재료는 전혀 챙겨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탈 때부터 기내식에 나오는 고추장이 맛있게 느껴지더니 그 곳 한국인 가정 중에서 한식을 자주 해먹는다는 집이 제일 부자처럼 보이더군요."

태어난 지 3개월만에 국제선을 탔던 큰 아들이 어느새 간식을 먹여야 할 만큼 자라자 李씨는 독일식과 한식을 결합한 간식거리를 생각해냈다. 서양 아이들이 키가 큰 건 효모인 이스트를 넣은 빵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믿었던 李씨는 그 반죽으로 호떡.호빵을 만들어 보기로 한 것.

"호빵과 호떡을 20여 개씩 만들어 놓으면 아이보다 남편과 제가 더 잘 먹었어요. 귀국 후에도 이웃 주부들한테 몇 번 해줬더니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래더군요." 李씨는 호빵.호떡 외에 피자나 빵을 만들 때도 꼭 베이킹파우더 대신 이스트를 이용하는데, 이스트를 넣은 반죽은 뚜껑을 덮거나 랩을 씌워 따뜻한 방구석에 놓으면 더욱 잘 부풀어 오른다고.

"우리 아이들이 또래들보다 좀 키가 큰 편이죠? 아무래도 이스트를 넣은 빵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얘기 도중에도 李씨가 부지런히 부친 호떡은 접시 위에 올려놓기가 무섭게 두 개구쟁이 입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만드는 법

◇ 호떡 (15~20개)

▶재료 = 밀가루4백g, 우유4백㎖, 소금2찻술, 이스트4찻술, 갈색설탕 (기호대로) , 계피가루.식용유 약간

▶만드는법 = ①우유에 소금과 이스트를 녹인다.

②밀가루에 ①을 조금씩 넣어가며 수저로 섞어준다.

③30분마다 한 번씩 저어주며 4시간 정도 반죽을 놔둔다.

④반죽이 손에 붙지 않도록 반죽 표면에 식용유를 조금 부은 뒤 어른 주먹 반만큼씩 떼어 설탕과 계피가루 섞은 것을 넣고 동그랗게 만들어 오므린다.

⑤오므린 부분을 달궈진 프라이팬 바닥에 놓고 잠시 후 뒤집어 주걱으로 눌러 지진다.

◇ 호빵 (약 15개)

▶재료 = 밀가루2백50g, 우유2백㎖, 소금1찻술, 이스트2찻술, 통조림 팥1백50g (또는 팥을 삶아 설탕을 넣고 졸인 것)

▶만드는법 = ①호떡과 ②까지 같음. ②일회용 장갑을 끼고 한번 반죽을 치댄 후 4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 놔두며 중간중간 반죽을 치대준다.

③손에 밀가루를 조금 묻히고 반죽을 어른 주먹 반만큼씩 떼어서 팥을 넣고 모양을 만든다.

③찜통에 기름종이를 깔고 오므린 부분을 바닥쪽에 대고 올려놓은 뒤 찐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