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오늘 오전 北 조문단 15분 만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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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찾은 북한 사절단 일행이 23일 오전 청와대를 예방한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22일 밝혔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북측 조문단 일행은 이날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만찬을 겸해 진행한 협의에서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건에 대해 이같이 합의했다.

청와대 소식통은 “북한 조문단은 내일 오전 10시 청와대를 예방, 이명박 대통령을 15분간 면담할 예정”이라며 “미국·일본·중국 등의 주요국 외교사절을 면담하는 일정의 일환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일본의 조문사절단과는 별도로 북한 조문단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측은 면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며 ‘800연안호’ 선원에 대한 송환 계획,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에 대한 입장 등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예방 방침이 실무 만찬 이후 결정된 것은 남북 관계 개선과 남북 당국 대화에 대한 북측 의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만찬에서 북측 조문단이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예방 일정이 늦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소식통도 “만찬의 목표는 ‘당국 간 대화를 제대로 한다’는 북측의 다짐을 받는 것”이라며 “그 밖에 남한에 오더라도 대통령 예방이 쉽지 않다는 점도 확실히 해두고 아울러 만찬이라는 형식을 통해 정부가 사절단을 배려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오후 7~9시 진행된 현인택 통일부 장관 주최 만찬은 이날 오전의 현 장관-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 뒤 전격 결정됐다. 통일부 장ㆍ차관, 통일부 간부들, 북측 조문단 일행이 참석한 이날 만찬에서는 청와대 예방의 형식과 내용 등을 놓고 남북이 갈등을 빚었다.

당초 전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던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이 난산을 치른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국을 배제하고 민간만 상대하면서 정부에 상처를 준 북측의 요구에 쉽게 응할 수 없다는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 “북이 가져온 메시지가 충분치 않았던 것” 등의 분석이 나왔다.

이에 앞서 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1시간24분간 북측 조문단 숙소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김 부장과 만나 남북 관계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첫 고위급 접촉인 이 면담에서 김 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왔다”며 “22일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면담 직후 현 장관은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했으나 예방 일정은 잡히지 않았고 대신 만찬이 계획됨에 따라 당초 오후 2시 평양으로 돌아가기로 했던 북측 조문단의 일정은 하루 연기됐다. 이들이 타고 갈 고려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김포공항에 와서 기다리다 5시간 만에 평양으로 돌아갔다.

조문단은 한편 22일 하루 동안 남측 관계자 및 당국자에게 ▶이명박 대통령 예방과 ▶남측 당국과의 대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이날 오전 그랜드힐튼 호텔의 남북 조찬에 참석한 복수의 남측 관계자들은 “김기남 비서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 뵙고 이 대통령의 (남북 관계 현안에 대한) 의도와 진정성을 듣고 이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이란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비서는 ‘우리가 특사 조의방문단이라며 특사란 이름을 사용한 것은 당국 간 대화를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면담하게 되면 이를 계기로 새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말도 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현 장관과의 면담에서도 당국 간 대화 재개의 뜻을 피력했으며 회의 시작 전 공개 세션에서도 “이 자리가 이번 정권 들어 당국 간 첫 고위급 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었다.

한편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앞두고 21일 해외 주재 북한 대사를 우리 공관에 보내 조문했다. 영국·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의 북한 대사들은 현지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으며 모스크바에서는 오승호 공사가 조문했다.

안성규·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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