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신년휘호 '日常思無邪' 쓴 뜻은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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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가 99년 신년휘호를 '일상 사무사 (日常思無邪)' 로 정했다.

金총리는 29일 기자들과 송년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구상한 신년휘호를 소개했다.

그는 그 의미에 대해 "평소 항상 정당한 것을 기초로 생각해야지 나쁜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사' 는 중국 고전인 시경 (詩經)에 나오는 '시삼백 사무사 (詩三百思無邪.시 삼백편이 모두 바르지 않은 것이 없다)' 중 일부를 따온 것이다.

金총리는 여기에 '일상' 이란 말을 앞세워 '항상' '평소' 라는 의미를 보탰다.

상당한 어휘력을 자랑해온 金총리는 매년 신년휘호를 통해 새해 정국에 임하는 자신의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왔다.

그는 올해초 공동정권 창출에 성공한 직후 '사유무애 (思惟無涯.생각함에 거침이 없다)' 라는 휘호로 자신감을 표현했고, 지난해 내각제개헌론을 제기하면서는 '줄탁동기 (啄同機.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라는 말로 개헌의지를 밝혔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휘호에 대해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생각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고도 안지키려는 듯한 일부 정치인들의 생각을 '사 (邪)' 라는 말로 우회해 표현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총리는 내각제 개헌 약속은 이미 문서로 합의한 것이기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확신을 변함없이 지니고 있다" 고 덧붙였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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