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광주비엔날레 '총감독'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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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2000년 광주비엔날레 이사회가 최근 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최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씨를 전격해임했다.

이유는 "최씨가 그간 재단 운영과 전시기획위 (위원장이 전시총감독) 의 위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 비엔날레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는 것. 이에 대해 김용익 경원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미술인들은 "문제점을 덮어버리려는 조치" 라고 반발, '광주비엔날레 정상화및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 개혁위원회' 를 결성했다.

재단측 인사 6명을 제외한 전시기획위원 13명도 해임에 항의, 전원 사퇴키로 했다.

재단 측과 전시기획위는 행사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브레인' 역할로 2000년 비엔날레에 처음 도입한 전시총감독의 권한을 놓고 근 6개월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최씨는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예산계획감독권과 인사제청권, 행사의결감독권 등을 인정해달라" 고 주장해왔고 재단 측은 "기획위는 한시적 기구이며 전시마인드만 제공하면 된다" 고 반대했다.

최씨는 "재단 측이 애초에 전시총감독의 의미를 몰랐던지 알면서도 무시했던지 둘중의 하나" 라며 "지금 상황대로 가다간 비엔날레의 운영은 불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재단 측의 극약처방은 그간의 잡음과 진통 등이 한낱 '낭비' 였다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후임을 뽑더라도 갈등의 소지가 되는 구조적 문제는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최민' 이 나오지 않는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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