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훈은 '얼굴 좀 보고 살자'KBS1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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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1세기에는 어떤 가치관이 필요할까. 또 직업은 어떤 것이 인기를 끌까. KBS가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앙케트 쇼 '21세기 한국인의 조건' (1TV 1월1일 밤7시35분).

청소년과 직장인을 각각 2백명씩 설문조사했다. 본격적인 조사라고 할 수는 없으나 바짝 다가온 21세기를 예감한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설문내용이 흥미롭다. 우선 21세기 가정에 요구되는 가훈을 물었다. 대답도 재치있다.

1위는 '가끔 얼굴이라도 보고 살자' (19%). 가족해체가 깊어지는 미래에는 친지들 얼굴 보는 것도 '큰 일'인 모양이다. 2위는 '사생활을 존중하자' (11%). 그만큼 개인주의 성향이 퍼진다는 증거다.

5위에 오른 '끝까지 살아남자' (4%) 는 IMF세태를 반영하는 대목. 21세기의 오피니언 리더를 물었다.

학생.직장인의 대답이 달라 재미있다. 학생들은 만화가 (17%)를, 직장인은 컴퓨터 전문가 (19%)를 선정했다. 반면 학생들은 암흑가의 보스 (8%) 를 4위로 꼽아 교내외 폭력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컴퓨터 전문가 (27%)에 이어 산소판매업 (13%)이 2위를 기록했다. 대기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 운동선수.우주비행사에 이어 5위에 오른 3D업종 종사자도 시사적이다.

과연 모두 꺼리는 힘든 일을 하면 돈을 만질 수 있을는지. 애국자 항목도 재미있다. 역시 환경문제의 중요성 탓인지 환경운동가 (18%)가 1위. 순서대로 2~5위를 기록한 국위선양자.외화사냥꾼.자린고비.산업스파이는 희망찬 미래보다 힘겨운 현재를 비추는 경향이 커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이밖에 새롭게 추가될 교과목으로는 성교육.운전교습.인터넷.우주공학.호신술이, 신세대들의 필수품으로는 휴대용 통신기기.ID카드.산소호흡기.호신용품.피임기구 등이 각각 올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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