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에 '희망의 성탄'종소리]각국 성탄절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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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크리스마스를 맞아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그러나 '사랑과 평화' 가 가득해야 할 지구촌에선 이날도 살육과 분쟁 등 갈등이 계속됐다.

○ …이슬람교도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24일 저녁 성탄 전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도착. 소수인 팔레스타인내 기독교도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성탄행사에 참석한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자정 미사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함께 손잡고 이 땅에 평화가 내리도록 노력하자" 고 호소.

○ …이라크 공습 후에도 여전히 걸프 해역에 머물고 있는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함상에는 24일 산타클로스가 나타나 병사들에게 미국 전역에서 보내온 41t의 성탄 축하카드와 선물 꾸러미를 전달. 이와 함께 병사들에게는 성탄 특식으로 1천4백㎏의 칠면조 요리가 제공됐다.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성탄 전야를 맞아 75만명에 이르는 이라크내 기독교도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지난주 미.영의 공습은 이라크 국민뿐 아니라 전체 인류, 나아가 예수가 전파한 가르침에 대한 공격이었다" 고 주장.

○…영국에서 가택연금 중인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성탄절 자정 미사 참석을 요청했으나 영국 사법당국의 불허로 부득이 개인 미사를 보았다.

한편 열기구를 이용, 사상 최초의 세계일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등 3인의 비행팀은 기구 안에서 인스턴트 칠면조 요리로 성탄 전야를 자축.

○…올해 처음 크리스마스가 영구 공휴일로 지정된 쿠바에서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요리 재료인 돼지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시내가 혼잡. 쿠바 정부는 69년 크리스마스를 휴일에서 제외했으나 지난해부터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크리스마스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는 쿠바 정부가 지난 1월의 교황 방문을 앞두고 취한 조치였다.

중국의 베이징 (北京)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자정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남.북의 두개 대성당으로 몰려들어 북새통.

16세기 마테오 리치가 설립한 북성당에는 입장권을 소지한 신도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청소년층이 몰려든 남성당에선 TV스크린을 통해 건물밖 신도들에게 미사를 중계.

한편 세계 각국이 성탄절을 맞아 축제를 벌이는 가운데서도 앙골라.시에라리온.유고연방 등에서는 내전의 진통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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