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독도가 왜 어업협정 대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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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국회에 상정된 한.일어업협정안의 비준동의문제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비준동의안의 조기 통과를 강조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통과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일어업협정안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이 협정이 독도 영유권에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로 집중되는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현재 한국이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볼 때 당연히 한국 고유의 영토다.

때문에 독도는 배타적 경제수역 (EEZ) 을 대상으로 한 어업협정의 교섭대상이 아니다.

독도와 그 영해는 이른바 중간수역에 둘러싸여 있을 뿐이지 독도의 영유권 및 그 주변 12해리 영해에 대한 한국정부의 주권 행사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서울특별시가 경기도에 둘러싸여 있지만 경기도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인사들의 이에 대한 오해로 인해 국민들도 우려의 빛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의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에 독도의 한국영유권이 문서상 규정되지 않았던 것은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관해 일부러 영유권 문제를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거니와, 독도 영유권은 한.일간 어업협상의 대상이 아니며 어업협정은 영토영유권을 논의하는 문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판례를 보더라도 국제사법재판소 역시 영.불간의 도서 영유권 분쟁에서 어업협정상 도서가 공동어로 구역내에 위치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그 섬의 영유권과 무관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영유권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것은 우리의 영유권이 오히려 공고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설사 일본이 독도영유권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해도 독도는 영유권 분쟁대상지역이 아닌 고로 이에 응할 수 없다고 해야 하며, 하물며 우리가 먼저 그런 제의를 할 필요는 더더구나 없는 일이다.

말하자면 독도는 어업목적의 협정에 규정된 어로수역내에 위치해 있더라도, 배타적 경제수역 (어로수역) 을 대상으로 하는 어업협정에 독도의 명칭이나 좌표를 굳이 표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제적인 예를 볼 때도 일본과 중국간의 영토분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댜오위다오 (釣魚島.센가쿠열도)가 중.일어업협정상의 대상수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아무런 명칭과 좌표가 표시돼 있지 않다.

영해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서 교섭대상이 아니므로 당연히 협정대상수역에서 제외되는 것이 상례다.

따라서 이른바 '중간수역' 에서도 당연히 제외되는 것이다.

해양법 협약 제55조에 의하면 배타적 경제수역이라 함은, '영해에 인접한 수역 (an area beyond and adjacent to the territorial waters)' 이라고 규정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법 제2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해를 제외한 수역' 으로 제한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일본 역시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에 관한 법률' 제1조를 통해 영해는 제외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간수역은 공동관리수역이 아니기 때문에 독도영유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한.일 양측이 각기 필요한 국내적 조치를 공적으로 취하고, 기국 (旗國) 주의에 따라 자기나라 선박만을 규제하는 것이다.

재론의 여지도 없이 독도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다.

때문에 이는 국제법상의 영유권분쟁대상이 될 수 없다.

일본은 독도를 1905년 2월 22일자로 시마네 (島根) 겐의 고시를 통해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하나, 시마네겐의 고시 제40호가 나오기 5년전에 당시 대한제국 정부는 관보 제 1716호 (1900년 10월) 를 통해 독도의 한국관할권을 명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반 측면을 고려할 때, 이번 한.일어업협정을 통해 독도의 영유권이 약화됐다고 하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은 사실과 법리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또한 EEZ경계획정 (delimitation) 문제는 어업협정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사실을 구분하지도 않은 채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도 신중을 요한다고 하겠다.

한마디로 한국고유의 영토인 독도는 어업협정에서의 교섭대상이 아닌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시대로 불린다.

아태협력시대에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외교파트너는 미국과 일본이다.

그런 일본과의 관계는 최근의 한.일정상회담 이후 우호협력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일본측은 한.일어업협정을 이미 비준한 상황에서 '재교섭' 또는 '무협정' 의 상황을 상정한다면, 이는 한.일관계의 불안정은 물론 우리의 국가이익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전국민이 옷깃을 여미고 바람직한 대일 (對日) 정책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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