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달러 마구 찍어내면 심각한 후유증 부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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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워런 버핏(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달러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선 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는 대로 미국 의회가 재정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핏은 ‘달러 효과(The Greenback Effect)’란 제목의 20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기고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 환경의 위기를 부른 것처럼 마구 찍어낸 달러(Greenback emission)가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금융위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경제 관료들이 잘 대처했지만 실수도 있었다.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은 덕분에 미국 경제는 이제 응급실에서 나와 느린 회복세를 밟고 있지만 너무 과다하게 ‘투약’한 탓에 오래지 않아 부작용과 씨름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1942~46년의 전쟁 시기를 제외하면 미국 재정적자는 많아야 국내총생산(GDP)의 6% 정도였다. 하지만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GDP의 13%다. 재정적으로 우리는 전인미답의 땅을 밟고 있다. 이런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미국의 순부채는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올 들어 매달 1%포인트 이상씩 늘어 순부채가 GDP의 56%에 달할 지경이다.

올해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려면 세금을 올리거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선거에 발목이 잡힌 의회는 달러를 더 찍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손쉬운 선택을 할 수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정부는 소리 소문 없이 국민의 부(富)를 빼앗아간다”고 했다. 무절제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빙산을 녹이는 것처럼, 무분별한 달러 방출은 구매력을 무너뜨릴 것이다. 달러의 운명은 의회에 달려 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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