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멀고 험한 은행자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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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흥은행이 마침내 강원은행.현대종금과 짝을 지음으로써 지난 6월 5개 은행 퇴출로 막을 올린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의 마무리' 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구조조정의 종착점은 돈을 버는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15% 이익을 얻어야 비로소 대외경쟁력이 있다 할 것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대충 잡아도 세후 4천억원 이상을 순이익으로 남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단 한번도 달성한 적이 없는 높은 수준이다.

은행부문 (대출) 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중금리가 장기적으로 현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예대마진조차 줄어들 것이다.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증권투자.스와프 등 트레이딩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 (BIS) 이 정한 최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앞다퉈 뛰어든 주식투자.국제영업에서 큰 낭패를 경험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런 의미에서 거대 자산은 자칫 부담만 지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들 은행은 스스로 온전한 것도 아니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진행 여하에 따라 자산중 상당부분이 추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한다.

출자로 전환된 부분은 수년간 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영여건도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

서울.지방은행간 구별은 없어질 전망이고 외국은행 역시 본격적인 지점영업을 시작한다면 경쟁은 여간 치열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제는 그 자체가 대단히 불확실하고 도전적이어서 자율적이고 강력한 경영이 보장되지 않으면 헤쳐나가기 힘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가 95%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빛.조흥은 물론 사실상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은행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권성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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