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본98스포츠]1.아시안게임 2위 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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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IMF환란 속의 98년, 한국 스포츠는 영욕이 교차한 한해를 보냈다. 스포츠 팬들은 박세리.박찬호의 활약과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의 선전에 열광했고 IMF한파를 못이긴 실업팀들의 잇따른 해체에 안타까워했다.

축구는 프랑스 월드컵에서의 참패 충격을 딛고 프로리그의 중흥에 힘입어 재기의 기틀을 다졌다. 올 한해 한국 스포츠의 빛과 그림자를 일곱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방콕아시안게임은 한국 스포츠의 저력을 보여준 대회였다. 일본을 꺾고 종합 2위를 탈환한 성과도 크지만 IMF사태 이후 팀 해체로 한때 운동을 계속할 의욕을 잃었던 선수들은 국민에게 잇따른 승전보를 전하며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국이 당초 목표인 금메달 65개를 따내며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선전한 것은 우선 비인기 주변종목의 기대 이상 활약 덕분이다. 전체 36개 종목중 32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28개 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22개 종목에서 나와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적어도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은 더 이상 한국의 맞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다.

일본은 불과 13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며 전체 52개 금메달중 육상(12). 수영(15)을 제외하면 변변한 메달밭이 없었다. 종주국이라 자처하던 유도와 가라테에서도 각각 9개.3개 체급에서 금메달을 뺏겼다.

비인기 종목중 한국이 일본을 무려 금 13개차로 압도하고 종합 2위를 탈환하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는 요트를 꼽을 수 있다. 요트는 지난 13일 하루에만 금 6개를 건지는 '슈퍼 선데이'를 연출하며 초반 수영종목 강세로 메달레이스에서 2위를 지키던 일본을 제쳤다.

레슬링(7). 양궁(4). 태권도(11). 정구(3). 펜싱(5)도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다. 양궁은 개인전 1~3위를 휩쓰는 등 전체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세계정상의 실력을 과시했고, 정구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전체 금 4개 가운데 3개를 따내며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씻었다.

국내 실업팀이 4개에 불과한 럭비풋볼이 7인제와 15인제에서 일본을 연이어 꺾고 금메달 2개를 더한 것도 높이 살 만하다. 럭비풋볼은 실업팀이 3백여팀에 이르는 일본과의 결승에서 두차례 모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놀라운 투혼을 보였다.

기록경기에서는 역도 남자69㎏급 용상에서 1백95㎏을 들어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김학봉이 돋보였으며, 이진일은 육상 8백m에서 우승하며 재기의 청신호를 밝혔다.

기본종목인 육상과 수영종목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못했으나 수영 여자 접영 2백m에서 '신기록 제조기' 조희연이 금빛 물살을 가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구기종목에서는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야구 드림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13 - 1로 통쾌한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금의환향했으나, 축구는 8강전에서 태국에 1 - 2로 패하며 야간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남자 농구와 남자 배구도 억대 몸값의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해 중국에 참패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여자 하키는 서울아시안게임부터 아시안게임 4연패의 금자탑을 세웠으며 남녀 핸드볼은 동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방콕 =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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