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과학]동지에 팥죽 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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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2일은 동지(冬至). '동지에 팥죽 쉬겠다'는 추워야 할 때에 날이 따뜻하다는 뜻의 속담이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동지는 24절기중 마지막 절기로 옛날 사람들은 이날부터 낮이 차차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태양이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태양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하고 이날을 새해 첫날로 삼는 민족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때 동지를 신년 원단으로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이후에도 동지를 '작은 설' 이라 하고 1년동안 액땜한다는 의미에서 팥죽을 쑤어먹는다.

크리스마스도 4세기 후반 로마에서 태양신을 숭배하던 미드라교의 축제일인 동지제에서 연유됐다는 설도 있다. 입동(立冬), 소설(小雪) 등 24절기는 통상 보름간격으로 움직인다. 이 절기들은 양력으로는 매년 같은 날, 간혹 하루정도 차이를 두고 돌아온다. 당연히 음력으로는 해마다 다르다.

24절기가 처음 고안된 것은 고대 중국 주나라 때였다. 음력 (엄격하게는 태음 태양력)은 날을 세는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어나는 기후 변화는 반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천문학 지식을 동원,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를 24등분 한 것. 그다음 지구가 태양을 15도만큼 돌때 마다 황하유역의 기후를 나타내는 용어를 하나씩 붙여 24개의 절기를 처음 만들었다.

따라서 태양의 운동을 바탕으로 한 탓에 양력의 날짜와 일치하게 된 것. 동지에 밤의 길이가 가장 짧은 이유는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있느 탓이다.

그래서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는 일년중 가장 짧은데도 불구, 북반구의 경우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빛이 약하고 햇빛이 비추는 시간 자체도 짧다. 태양빛이 적어 꽁꽁 얼만큼 추운 날씨에 후후 불어가며 먹는 뜨거운 팥죽. 계절에 잘 맞는 음식을 먹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하지만 각종 이상기후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니 '동지에 팥죽 쉬겠다'는 속담도 더욱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듯 하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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