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체벌에도 '선생님이 때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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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사의 체벌을 둘러싼 시비로 인한 교육현장의 황폐화 현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체벌을 이유로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는 교권 경시의 비교육적 현상이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Y여고에서 체벌 교사에 대한 동료 학생의 112 신고로 수업중이던 교사가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18일 하룻동안 서울시내에서 학생에 의한 체벌 고발이 13건이나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접수된 신고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3건은 허위신고로 밝혀졌으나 10건은 경미한 체벌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관악구 사립 S고의 경우 이날 낮 12시55분쯤 이 학교 1학년 C양 (16) 이 핸드폰으로 국어담당 L교사 (30) 를 신고, 경찰이 학교로 출동해 체벌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C양은 지난 주말 국어시험에서 답안지에 일제히 같은 번호의 답을 적은 것으로 드러나 L교사가 이날 교무실 옆 복도에서 꾸짖으며 발목 부위를 차자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 112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金모 교장은 "파출소에서 경찰 2명이 학교로 찾아와 L교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돌아갔다" 며 "C양이 '학교를 그만두겠다' 는 말을 하자 L교사가 화가 나 무심코 발로 가볍게 툭 쳤을 뿐 체벌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출동한 경찰 관계자도 "L교사의 행동을 체벌이라고 볼 수 없어 경찰에 신고한 C양의 부모에게 연락해 사과를 받는 선에서 조사를 마쳤다" 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10분쯤 서울 광진구 K고교 1학년 학생이 "교사가 학생 18명을 빗자루로 때렸다" 며 핸드폰으로 112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했다.

확인결과 이 교사는 수학책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으며, 경찰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불문에 부쳤다.

경찰 관계자는 "Y여고 사건 이후 학생들에 의한 체벌 고발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역기능이 크게 우려된다" 며 "학생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교사에 대한 조사는 최대한 신중히 처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Y여고에서는 체벌 신고사건 다음날인 18일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로 정상수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등 교사와 학생들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홍준.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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