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박훈씨,'모의사냥' 환경퍼포먼스 이벤트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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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하얀 사슴을 찾아라 - ." 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시내에서 '사슴찾기' 가 벌어진다.

서울시내 50여 군데 공원과 녹지에 숨어있는 엄지손가락 크기만한 사슴모형 1천마리 찾기다.

신고할 곳은 '사슴사냥 현황본부실' 인 종로구관훈동 다다 갤러리 (02 - 735 - 8942) .이름하여 '사슴사냥 서울프로젝트' 는 판화작가 박 훈 (34) 씨가 벌이는 '환경 퍼포먼스' 다.

이 작업은 3년 간의 뉴욕 유학생활 당시 느꼈던 '살아있는 자연' 에 대한 부러움에서 비롯됐다.

"뉴욕 주는 야생동물이 너무 많아 생태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을마다 합법적인 동물사냥이 벌어질 정도로 자연이 잘 살아 있습니다.

숨막히고 갑갑한 서울과는 너무 달랐어요. 좀더 잘 살기 위해서라며 자연을 무한정 파헤치지만, 실상은 점점 더 살기 힘든 환경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모순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

그래서 녹지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를 꼬집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자연환경이 회복되면 언젠간 우리도 진정한 사냥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사슴을 못 찾더라도 이 기회에 한번 우리 환경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겠지요. "

숨어있는 사슴들은 그가 지난해 미국에서 귀국한 뒤 틈틈이 도자기용 흙인 슈퍼 화이트를 이용해 찍어낸 일종의 '입체 판화' 다.

각각엔 판화를 찍은 번호가 붙어있다.

박씨는 사슴모형을 찾아 오면 거기에 사인을 해주고 특히 선착순 1백명에게는 야생동물을 주제로 박씨가 제작한 판화를 1점씩 줄 예정이다.

또 사슴사냥 회원에 자동가입시킨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발간될 보고서에도 회원들의 이름이 실리게 된다.

사슴이 숨어있는 곳은 다음과 같다.

▶강남구 - 삼능공원, 학동공원 ▶강동구 - 암사유적지, 천호공원 ▶강북구 - 드림랜드, 4.19탑 ▶강서구 - 우장산공원, 근린공원 ▶관악구 - 서울대, 관악산 호수 ▶광진구 - 세종대, 어린이대공원 ▶구로구 - 고척근린공원 ▶금천구 - 산기슭공원, 독산근린공원

▶노원구 - 서울여대, 근린공원 ▶도봉구 - 덕성여대 ▶동대문구 - 경희대, 홍릉 ▶동작구 - 중앙대, 보라매공원 ▶마포구 - 홍익대, 절두산성지 ▶서대문구 - 이화여대, 연세대 ▶서초구 - 시민의 숲, 한강시민공원 ▶성동구 - 한양대, 금호공원 ▶성북구 - 고려대, 성신여대

▶송파구 - 올림픽공원, 석촌호수 ▶양천구 - 파리공원, 근린공원 ▶영등포구 - 여의도공원, 한강시민공원 ▶용산구 - 용산가족공원, 남산식물원 ▶은평구 - 거북약수터 ▶종로구 - 경복궁, 창경궁 ▶중구 - 덕수궁, 장충단공원 ▶중랑구 - 용마공원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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