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미씨 '그림으로 만나는 달마'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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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여자 나이 마흔 하나. 하지만 마음의 나이는 셀 수 없는 여자 김나미씨의 별명은 '달마부인' 이다.

'애마부인' 이 한창 유행일 때 지리산의 이름 모를 암자 스님이 붙여준 것인데 왠지 스스로도 끌렸다.

달마는 서기 470년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인물로 선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인물. 달마도는 선종화의 진수로도 얘기된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대만.말레이시아 등을 돌다가 싱가포르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10년 가까이 머물던 중 갑자기 정체성에 대한 회의에 빠져들었습니다. 91년말 한국에 들어왔죠. 해외생활만 16년이더군요. 하지만 2개월만에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은 저에게 마음으로도 상처를 줬거든요. 떠나기 전에 한국의 산야를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송광사를 찾았는데 난생 처음 만난 달마도가 내 마음을 붙들었던 것이지요. "

이후 그녀는 달마 그림을 찾아 삼만리도 넘게 돌아다녔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도 했다.

지금 연세대에서 철학박사 과정을 끝내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다 달마 때문.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 기독교 계열의 연세대에서 불교학으로 박사를 받는 1호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림으로 만나는 달마' (시공사) 를 펴냈다.

김나미씨는 달마도로 도배가 된 방에서 아침마다 면벽좌선 (面壁坐禪) 을 한다.

미혹을 떨치는 수행으로 벽을 향해 앉는 것보다 나은 게 없기 때문이다.

"벽에 비춰진 자신과는 대화…. 간혹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면 벽 뒤의 '숨은 나' 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

요즘 그녀는 가슴에 상처를 안고 희망없이 학교를 오가는 후배들을 자주 만난다.

취업난의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젊은 사람들이 한국적인 것의 아름다움을 외면하고 사는 게 안타깝습니다.

어디 고즈넉한 산사를 찾길 권합니다. 어느 절도 그냥 내쫓진 않거든요. 지금의 시절은 무심코 지나친 우리들의 자화상을 떠올려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나미씨의 '달마부인' 행로는 어디까지 가 닿을까. "유독 한국에만 살아남아 있는 정통 선의 세계화를 위해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겠다" 는 말에서 문득 '우리 것의 힘' 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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