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보듬고 한국살이 정보 110년 역사 계명대 동산의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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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구시 신당동 성서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가족도서관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모국어로 된 책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한국말을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윙 김토아(28)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27일부터 7일까지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성서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가족도서관에서 ‘동화구연으로 배우는 한국 문화’를 수강했다. 동화 구연을 통해 우리말을 배우고 한국 예절도 익혔다. 그는 2007년 1월 결혼과 함께 대구에 정착해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윙은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 위해 강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강신청 서류 작성 때 윙 테이홍상(25·여)의 도움을 받았다. 베트남 출신인 그는 2005년 결혼과 함께 대구에서 살고 있다. 다문화가족도서관 단골인 그는 한국말이 능숙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개관 5개월을 맞은 다문화가족도서관이 결혼이주여성의 보금자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고국 소식을 전해 줄뿐 아니라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성서종합복지관 2층에 자리 잡은 다문화가족도서관은 올 3월 20일 개관했다. 50㎡에 장서도 3200권(외국 서적 1000여 권)에 지나지 않는 미니 도서관이다. 시설이라고 해봐야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인터넷 검색용 컴퓨터, 어린이 공간이 고작이다. 달서구청이 이 도서관을 만든 것은 대구시 거주 외국인(2만5424명) 중 가장 많은 32.2%(8179명)가 달서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많게는 하루 80여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찾는다. 이들은 모국의 소설이나 신문·잡지 등을 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모국어로 된 출산과 육아 관련 서적이다. 우리 말과 글이 서툴다 보니 출산과 육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 측은 얼마 전부터 인도네시아의 일간지인 ‘비즈니스 인도네시아’를 구독하고 있다. 신문을 찾는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이 많아서다. 일주일에 이틀치만 구독하고 있지만 항공편으로 배달되는 탓에 1년 구독료가 130만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태국·파키스탄의 서적도 구입했다. 성서종합복지관의 김경희(34) 과장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문·소설 책 등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한국 생활을 배우고 친구도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하얼빈 출신인 쉬훼이슈(31·여)는 “세 살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매일 도서관에 나온다”며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간 가는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취미강좌를 듣기 위해 가끔 복지관을 찾긴 했지만 도서관이 생기면서부터 출근하다시피한다.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에겐 장보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도서관 이용방법 등을 가르쳐 주고 있다. 중국 충칭 출신의 고가민(32·여)도 마찬가지다. 도서관 측은 올 6월 이들을 희망근로자로 선발해 결혼이주여성의 ‘언니’ 역할을 맡겼다. 김 과장은 “이들 덕에 도서관 단골이 20여 명에 이른다”고 귀띔한다.

달서구의 이상현 평생학습과장은 “다음달 중 독서대학 강좌를 여는 등 결혼이주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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