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가사조정위원 탤런트 박용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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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을 닮은 외모로 유명한 탤런트 박용식(63·사진)씨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이혼 소송 관련 가사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혼을 결심하고 법원을 찾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가 다룬 이혼 소송은 올해 상반기에만 200건을 넘는다. 지난해 5월 평소 알고 지내던 최은수 당시 의정부지법원장(현 서울서부지법원장)의 권유를 받고 시작한 일이다.

봉사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많을 경우엔 일주일에 나흘을 법원에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는 “배우로서 받아왔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씨는 자신이 맡은 조종사건의 소장과 답변서를 거의 외울 정도로 꼼꼼히 읽고 조정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혼이라는 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지 않습니까. 철저히 준비해서 극단적 상황에 놓인 부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지요.”

박씨가 참여한 건은 높은 조정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박씨와 함께 많은 사건을 다뤄온 의정부지법 오원찬 판사는 “박 위원이 참가한 사건의 약 70%가 조정이 성립되거나 이혼 당사자들이 소송을 취하했다”며 “당사자가 조정에 나오지 않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빼면 실질적으로는 약 95%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 판사는 “소송 당사자들이 박 위원을 친근하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속의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는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20대 부부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인은 “남편이 생활비도 주지 않고 아이에게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혼 소송을 냈고, 남편은 “아내의 씀씀이가 커서 양육비를 줄 수 없다”고 맞선 건이었다. 박씨는 남편에게 집안 어른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와의 인연은 천륜”임을 강조했고 결국 남편을 설득해 양육비도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아이를 만나기로 합의했다.

박씨는 “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이혼한다면 헤어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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