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위 '타살의혹' 군재수사 진전없어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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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의 재조사 착수를 지켜보는 군 관계자들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14일 본격적 수사에 들어간 특조단에도 함구령 (緘口令) 이 내려졌다.

수사진전 상황에 따른 공식 브리핑 외엔 수사 뒷얘기가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여론에서 제기하는 김훈 중위의 타살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단서 찾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사건이 10개월이 지난 데다 미군측도 앞서의 두차례 수사결과를 뒤집을 만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양국 관계자들은 金중위를 검시 (檢屍) 한 주체가 미국의 권위있는 미육군 범죄연구소라는 점을 지적한다.

즉 당초의 결과를 뒤집는 게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군 내부에는 이번 사건이 '총체적인 판문점 군기 (軍紀) 문란' 이나 '북한군과의 내통 (內通)' 으로까지 번지고 있는데 당혹감을 갖고 있다.

육사출신 한 영관급 장교는 "사건결과와는 무관하게 우리 군의 도덕성은 치명적 상처를 입었고 사기도 말이 아니게 됐다" 고 침통해 했다.

자식을 잃은 김척 (金拓.육사 21기) 장군의 심정에 대해서는 모두 이해하면서도, 재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까지 일부 있다.

미군측도 수사에 신경을 기울였는데 이제와 사건을 반전시키는 게 과연 가능하겠냐는 회의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金중위 사망 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던 김동신 (金東信.현 육참총장) 장군은 존 틸럴리 사령관에게 김척 장군이 자신의 육사 동기생이자 3성장군임을 들어 특별히 수사에 공정을 기해달라고 요청까지 했었다" 면서 '시각' 이 전혀 달라진 여론을 어떻게 감당할 지를 걱정했다.

金중위의 상관이던 당시 중대장 김익현 (金益賢) 대위도 14일 특조단의 참고인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의 주장이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나와 관련자들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 호소했다.

김영훈 (金榮勳) 중사 본인에 대한 군 일부의 우려분위기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군과의 접촉 등 분명히 문제되는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일반이 생각하는 '살인용의자' 라는 점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특조단 관계자는 "재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규명해야 하겠지만 두차례의 조사에서 '자살' 로 결론지어진 사건이 '타살' 임이 입증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 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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