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경기저점론 배경과 전망]언제쯤 바닥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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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문가들은 경기 바닥이 내년에, 그 것도 당초 예상보다 빨리 닥칠 것이라는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당초 내년말께나 바닥을 예상했으나, 최근 내년 중반으로 앞당겼다.

대체로 내년 상반기엔 마이너스 성장이나, 하반기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사정이 뚜렷하게 좋아진게 없지만 천만다행으로 국제금리.원유 및 원자재 가격등 해외 여건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주현 (金注鉉)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지난 95년과 비슷하게 외부환경의 호전으로 경기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경기 저점은 내년 6~7월께에 오고, 그 이후 완만한 회복을 거쳐 2000년에는 3~4%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관변연구기관들은 더 낙관적이다. 경기 바닥이 내년 3~4월께 온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돌려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경제부는 내년 3월께를 경기 바닥으로 본다. 금리.환율.주가 등 금융.외환시장 지표가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고, 생산.가동률 등 실물지표도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 11월 수출이 7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됐으며, 6~7개월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9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주목한다. 더욱이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올해로 일단락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저점후 완만한 상승'을 통해 내년 연간 2%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내년 상반기에 0~1%, 하반기에 4~5%수준으로 예상되나, 잘하면 2분기부터 상당폭의 플러스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 시각도 대체로 비슷하게 바뀌고 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 투자은행은 "한국 경제가 내년 1분기중 저점을 지나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 으로 전망했으며, 미국의 와튼계량경제연구소 (WEFA)도 "한국이 올해 - 6%성장에서 내년에는 0.6%로 돌아서고, 2000년에는 4.8%에 달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계속 남아있다. 무엇보다 소비 위축이 문제다. 내년초 졸업자의 양산과 대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예상되는 실업문제와 노사분쟁도 걱정거리다. 이 때문일까. 통계청은 "소비와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체감경기가 여전히 썰렁한 상태여서 경기회복 여부는 일단 올해를 넘겨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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