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여당 단독처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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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심사소위의 윤리위반 결정이 가뜩이나 험악해진 여야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李의원에 대한 최종결정은 14일 윤리위 전체회의에서 결판날 예정이지만 소위의 처리방식.형평성문제 등을 놓고 여야간 논쟁이 거세다.

특히 김종필 (金鍾泌) 총리 임명동의안 투표 방해, 여야 수뇌부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 등으로 맞제소된 여야의원 29명에 대한 징계문제 등과도 맞물려 있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李의원은 지난 9월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 "70이 넘은 분이 사정 사정하니 무슨 변고가 있을지 걱정된다" 는 등의 발언으로 윤리위에 제소됐었다.

한나라당은 11일 고위 당직자회의를 열고 "야당 불참 속에 여당 단독으로 이뤄진 결정은 국제인권의 날 (10일)에 자행된 비윤리적 작태의 극치" 라고 비난했다.

당사자인 李의원은 "야당파괴.의회말살을 위한 폭거" 라며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배 위원장은 "이 사안은 15일로 시한이 만료되는 만큼 사전에 야당에 표결일정을 통보했고 1시간30분이나 기다렸다" 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이 이런 정황을 알기 때문에 일부러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당측은 또 윤리강령 제정 (91년) 이후 첫 제소된 김홍신 (金洪信) 의원의 '공업용 미싱 발언' 의 경우, 윤리위가 심사를 미뤄 결국 기간만료로 끝난 선례를 지적하며 "이런 전철을 되풀이할 수 없다" 는 각오를 피력하기도 했다.

윤리특위는 공동여당 8명.한나라당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나라당이 전체회의에 불참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 처리해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분상의 불이익은 없지만 李의원으로선 윤리위에 의한 '윤리 위반' 결정을 통보받는 1호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여야의 감정싸움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될지도 모른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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