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산 손익등 바로 반영 회계기준 크게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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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내년부터 환차손 등 외화자산 손익을 결산 때마다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하는 등 국내 회계기준이 국제기준으로 크게 강화된다. 또 보유 자산가격 상승분만큼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인정해줬던 자산재평가를 오는 2001년부터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회계기준 및 금융업회계처리준칙 제.개정안을 의결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 숨은 손실 즉시 드러난다 = 종전에는 환차손을 본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손실을 그 즉시 떨지 않고 여러 해에 나눠 분담처리할 수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때그때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한다.

또 법정관리나 화의 등으로 이자율을 낮추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등 채권.채무계약이 재조정됐을 경우 채권.채무의 실질가치를 따져 평가차액만큼을 당기손익에 가감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손상각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밖에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때에도 하락부분만큼을 손실로 처리하게 했고, 은행.증권.보험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도 시가방식으로 평가해 손익을 재무제표에 넣도록 했다. 시가평가 대상 유가증권에는 증시안정기금 출자금도 포함하기로 했다.

◇ 회계분식 가능성 없앴다 = 기업이 적당히 손익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봉쇄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업이 유리한 방식으로 유가증권 평가방식을 택해 이익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으나 이같은 임의규정이 없어졌다.

또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면 미래 경영실적뿐 아니라 과거 3년동안의 경상이익,당기순이익의 누적분까지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했다.

◇ 경영실상 신속하게 알 수 있다 = 종전에는 손익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생상품 거래를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시가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된다.

물건을 외상으로 팔고 받은 어음을 할인했을 경우 과거에는 무조건 매각으로 처리했으나 앞으로는 거래 내용을 따져 매각 또는 차입 여부를 구분하게 되므로 부채비율 파악이 분명해질 전망이다.

또 관계회사에 대한 지분법 평가를 의무화해 특정업체가 20% 이상 자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회사의 손익을 모기업 당기손익에 그 즉시 반영하도록 했다.

◇ 재무구조 악화 불가피할 듯 = 회계기준이 빡빡해짐에 따라 기업.금융기관의 순이익과 자기자본이 줄고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말 기준으로 상장사의 환차손 이연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증감원의 분석이다.

또 금융기관도 앞으로 대지급이 발생하지 않은 지급보증에 대해서도 손실예상액을 추정, 충당금을 미리 쌓아야 하므로 재무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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