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탈세 혈투'…탈세가담 세무관리 4명 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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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에도 겨울 한파보다 더 매서운 '세풍 (稅風)' 이 불고 있다.

다만 한국의 '세풍' 은 대선과정에서 국세청 고위간부 등이 특정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인데 비해 중국의 '세풍' 은 대대적인 탈세범 색출작업이다.

중국 당국은 이달초 63억위안의 탈세에 가담한 저장 (浙江) 성 진화 (金華) 현의 전직 세무관리 등 4명에게 사형이란 극형을 내렸다.

지난달말엔 충칭 (重慶) 시에서 세금걷이에 나선 관리가 80위안의 세금이 밀린 농민을 실랑이 끝에 살해하기도 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올해 세수목표 8천5백50억위안을 달성하라고 불호령을 내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현재 정부가 거둔 세금은 6천2백72억위안. 목표액의 73.3%에 불과하다.

남은 두달동안 2천2백78억위안을 더 거둬야 하지만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대홍수 등의 악재가 겹쳐 예상밖의 국채를 1천억위안이나 발행한 결과 올해의 재정적자액은 9백60억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수입의 90%가량을 세수에 의존하는 중국 정부로선 조바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탈세와의 싸움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첫째, 납세의식의 결여 때문이다.

건국 직후 한동안 개인과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으로 알아온 기간이 있었기에 납세의식은 좀처럼 정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납세의식 결여로 세무관리와 납세자가 주먹다짐을 벌이기 일쑤다.

지난 6월에도 광둥 (廣東) 성 제양 (揭陽) 시에선 부동산세 징수에 나선 세무관리들과 납세자간에 패싸움이 벌어져 모두 9명이 다쳤다.

세무관리측이 '폭력항세 (暴力抗稅)' 라고 격분한 반면 납세자측은 '야만행정' 이라고 반발했다.

중국의 세무관리는 87~91년까지 5년간 모두 1만2천6백71명이 납세자로부터 구타당했으며 이중 22명이 사망했다.

93년의 경우 2천3백35명의 세무관리가 납세자의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집계됐다.

둘째, 지방정부와의 갈등이다.

중국은 세금 (稅) 은 중앙정부가, 비용 (費) 은 지방정부가 징수해 각기 사용한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비용을 너무 많이 거둔 결과 세수가 쪼들리게 된 것이 다.

96년 지방정부가 거둔 각종 비용은 무려 4천억위안으로 세수의 50% 이상에 해당한다.

셋째, 대담한 탈세 수법이다.

부가가치세를 적게 내기 위해 가짜 영수증을 만들거나 수출상품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되돌려주는 제도를 악용, 허위로 수출신고를 해 탈세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추정 탈세액은 연 1천억위안 규모. 그러나 탈세의 구멍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중국 당국의 진짜 고민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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