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변한 이빨엔 칫솔질 소용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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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자녀의 치아에 거뭇거뭇한 때가 껴 고민인 부모들이 많다. 가장 큰 오해는 이를 충치로 여겨 강박적으로 양치질을 권하는 것.

그러나 음식물이 끼기 쉬운 어금니가 아니라 앞니 사이사이나 치아와 잇몸 사이에 산발적으로 때가 낀다면 충치가 아니라 색소성분이 치아표면에 들러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색깔도 흑색.녹색.황색 등 다양하다.

세브란스치과병원 소아치과 최병재(崔秉在) 교수는 "치아착색은 주로 콜라 등 청량음료와 초콜릿, 커피 등 색소성분이 함유된 식품을 즐겨 먹거나 구강위생이 나빠 구강 내 세균이 번식해 있는 경우 자주 발생한다" 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 식품을 피하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이 착색을 방지하는 예방법. 그러나 일단 생긴 착색은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이땐 치과를 찾아 치아표면에 붙어있는 색소를 직접 긁어내도록 한다. 대개 10분 내외면 가능하며 비용은 3~5만원 정도. 색소가 치아 속에서부터 스며나와 생기는 내인성 색소 침착도 있다.

태아적아구증이나 낭포성섬유화증 등 특정 질환에 걸리면 대사장애로 치아에서 화학변화가 일어나 변색이 발생한다.

따라서 치아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황색이나 갈색으로 변색했다면 몸에 특정질환이 숨어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항생제를 오랫동안 복용할 때. 테트라사이클린이 치아에서 칼슘이 석회로 변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넘어지거나 부딪칠 때 치아 속의 혈관이 끊어지면서 혈액이 스며나와 변색이 생기기도 한다. 이땐 특정 치아 한 두 개만 눈에 띄게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 내인성 색소 침착은 긁어내거나 닦아선 치료되지 않는다.

崔교수는 "이 경우 과산화수소 같은 화학약품을 이용해 치아를 표백하거나 탈색하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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