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황동규 (黃東奎.60) '풍장1'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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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택시에 싣고

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 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 황동규 (黃東奎.60) '풍장1' 중

연작시 '풍장' 은 마치 풍장의 장례가 그런 것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다.

'풍장1' 에서부터 시 속의 화자 (話者) 는 풍장되는 자신을 어떤 감상 (感想) 도 스며들지 못하도록 차가운 이성으로 그리고 있다.

그 장례가 마치 나 자신이 아니라 타자의 그것처럼 대상화되는 것이 이 시의 의도이리라. 고군산 선유도 쯤에 풍장이 있어왔다.

'바람과 노는' 자아가 소원이던가.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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