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원하는 것 다 말하라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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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17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측 출입사무소로 귀환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7일 오후 2시23분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 남북출입국 사무소 입경장 문이 열리자 현정은(54) 회장이 나타났다. 10일 떠나며 입었던 검정 재킷은 오렌지 빛이 도는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북한으로 떠나면서 “가 봐야 (무엇을 논의할지) 알 수 있다”던 현 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성원해 주신 당국자와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포토라인 밖에서는 현 회장을 마중 나온 지인들이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는 말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현 회장은 준비된 포토라인에 서 안경을 쓴 후 준비된 원고를 차분히 읽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은 16일 오찬을 겸해 묘향산(평북 소재)에서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금강산 피격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오전 발표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의 합의문은 김 위원장과 면담 이후 김양건 위원장 등과 협의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은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일정을 수차례 연장한 이유는.

“원래 김정일 위원장 일정이 쌓여 있어 (북한이) 주말에 오라고 했는데 저희가 좀 일찍 갔다. 그래서 오래 기다리게 됐다.”

-김정일 위원장이 별도로 제안하거나 요청한 게 있나.

“발표한 것 외에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 그럼 면담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나.

“지금 밝힐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현대가 합의했는데, 정부와 사전 조율을 했나.

“사전 조율은 없었다. 앞으로 정부 당국과 조율해 나가겠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 얘기하라고 해서 다 얘기했다. 이야기를 하니까 다 풀어줬다.”

-연안호 선원들 문제에 대해서는.

“당국자간에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잘될 것으로 본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이면 합의는 없었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등은 언제로 예상하나.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앞으로 정부 당국과 협의해서 하겠다.”

간단한 브리핑을 끝낸 현 회장은 출입사무소 입구에 준비된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현대아산 직원들은 이날 오전 현 회장이 북한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합의하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크게 고무됐었다. 현장에 나와 있던 현대아산의 한 과장급 직원은 “이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동료들이 회사에 출근해 대북관광사업 재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7월 금강산관광 사업이 중단된 이후 1084명이던 직원을 401명으로 줄이고, 이 중 일부는 재택근무하면서 임금의 일부만을 받고 있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문병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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