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법심판 '먼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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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과연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까. 바하루딘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수하르토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의혹어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역시 하비비 대통령 등 현 정권 각료들과 국민협의회 (MPR) 의 대다수가 과거 수하르토 시대의 수혜자라는 점. 즉 수하르토 사법처리는 이들의 비리도 함께 들추지 않고는 철저히 이뤄질 수 없는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하비비 대통령도 20여년간 수하르토 밑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하면서 각종 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군부 실력자인 위란토 국방장관은 수하르토 친위대장 출신으로 수족이나 다름없던 인물.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국민협의회 의원 대부분도 수하르토가 임명한 인물들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들과 야당 세력은 하비비 대통령의 수하르토 사법처리 약속을 액면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하비비 정권이 3일 '수하르토 사법처리 및 내년 6월 총선' 등 정치개혁 일정을 내놓은 것도 멀어져 가는 민심과 집권당 내 분열조짐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주장이다.

수하르토측의 반발도 변수다.

수하르토 변호사측은 이달 초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설 경우 전.현직 고관은 물론 기업가들까지 부정축재 의혹으로 재판에 휘말리게 돼 현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 고 강도높게 경고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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