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시화전' 이달 말까지 순회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 봐/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 봐/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 (정호승의 '첫마음' 전문)

밤새워 다린 교복을 입고 설레임으로 찾아가던 시화전. 낯선 여학교의 복도를 거닐며 두근거림으로 읽어내린 시 (詩) .아련한 추억 속에 남은 편린이지만 지금 다시 첫사랑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말만 들어도 떨려오는 그 지독하게 순결한 사랑을 위하여…. 시와 그림 그리고 첫사랑이 만난다.

박노해.김용택 등 시인 33명의 첫사랑 고백시에 이두식.엄대상 등 화가 15명의 그림을 덧입힌 '첫사랑 시화전' 이 4일부터 인천 해반갤러리, 12일부터 서울 인사동 시인학교 등에서 열린다.

이 시화전은 지난 10월 시인들의 첫사랑 고백집 '사랑의 첫느낌 그 설레임으로 살고 싶다' 출간을 기념해 출판사 동인이 마련한 기획전. 이미 서울 영풍문고와 경기도 양평 아지오 갤러리에서 열려 관람객들에게 시화전의 참 맛을 선보였다.

소개된 작품은 모두 36점. "감회가 새롭다" "추억 살리기에다 시적감동까지…" 라는 게 관람객들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참여 시인들의 면면은 호기심 어린 첫사랑이란 주제와 어울려 더욱 관심을 끈다.

안도현.정호승.이윤택.이문재.하재봉.장석남.신현림.이정하 등. 80~90년대 시단을 이끌어 왔거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박노해 시인이 발표한 시는 그가 올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후 발표한 첫 작품들로 '짝사랑의 상처' '가을에 떠나다' 등 3편의 시가 모두 시화작품으로 선보인다.

시도 시지만 화가들이 공들여 담아낸 시화작품들은 시의 감동을 두 배로 높여준다.

장석주씨가 글을 쓰고 화가 이두식 (홍익대 회화과) 교수가 그린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은 시에서 떠오른 즉흥적인 단상을 추상표현주의 기법으로 그려놓고 있다.

격정적인 사랑의 미감이 폭발하듯 퍼지고 있지만 한국적인 미감이 깃든 단청색을 사용해 첫사랑이란 우리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안도현씨의 시에 판화가 남궁산씨가 완성해 낸 '첫사랑 그 설레임으로 살고싶다' 는 70년대 시화작품의 전형을 보여준다.

글이 가운데 서고 그림이 글을 바치고. 하얀 바탕에 노랑나비 한 마리가 글 위로 날아가는 모양을 깔끔하고 정감스럽게 표현해냈다.

시화의 적당한 여백은 관람객에게 그 시절로 돌아갈 마음의 여백을 주기에 충분하다.

'첫사랑 시화전' 은 인천과 서울 전시가 끝나면 다시 부산과 대구로 내려가 지방 관객을 만난다.

전시기간 중 시화는 작품당 30만원에 판매되고 총액의 20%는 실직자 또는 북한 어린이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