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케리 '고유가'쟁점화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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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배럴당 45달러를 눈앞에 둔 고유가가 오는 11월 2일 미국 대통령선거의 새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가 푸틴 정권과의 갈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의 고유가 사태는 50달러를 넘을지도 모른다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 진영은 유가 정책과 관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융통성 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부터 전시에 대비한 석유 비축을 강화해 왔다. 그 결과 멕시코만 연안 해저에 비축해 놓은 미국의 SPR는 현재 사상 최고인 6억6500만배럴에 달한다. 케리 진영은 부시 행정부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그동안 쌓아 놓은 SPR를 방출하거나 당분간 비축활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중 일부를 정유사에 방출해 유가 안정을 꾀한 뒤 적당한 시점에 되돌려받아 채워 놓으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SPR용 원유를 계속 매입해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이다. 케리 후보는 또 미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에너지와 신기술 개발에 앞으로 10년간 3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SPR의 비축 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 에너지장관은 "세계의 하루 석유 거래가 8600만배럴이나 되는 상황에서 SPR용 원유 구입 15만배럴 정도로는 가격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케리 진영은 최근의 유가 급등세가 이라크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요인도 많다고 보고 부시 대통령을 계속 압박한다는 생각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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