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인수 계약체결한 기아자동차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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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일 주식인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현대는 사실상 기아.아시아의 새 주인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법적으론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식인수대금 납부 후에야 자격을 갖게 되지만 기아 정상화를 위해선 경영 참여가 급한 만큼 이날 이후 실제적 경영권 행사에 나서기로 한 것.

유종열 기아.아시아 관리인도 이날 "최대한 빨리 기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현대가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채권단과 법원 민사50부에 요청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기아 정상화 작업 = 주식대금 납입 전까지는 유 관리인을 그대로 존속시키기로 해 외형상으로는 기아와의 협의를 거쳐 경영하는 과도기 체제를 유지하지만 실질적인 경영 책임은 현대가 맡게 된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최근 기아 경영진을 포함한 1백여명 규모의 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실질적인 경영참여 체제를 구축했다.

정몽규(鄭夢圭)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이 위원회는 현대와 기아측 재무.생산.판매 등 부문별 책임자들이 협의를 통해 기아 경영을 이끌어가게 된다.

현대는 지난 입찰때 기아.아시아 자산 실사를 담당했던 1백50여명의 실사단을 주축으로 외국 컨설팅기관과 함께 정상화 계획을 마련중인데,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달중 재무.판매.수출 등 핵심 부서에 인수팀을 파견해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복 생산라인처리 문제나 잉여인력조정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가 관심이다.

◇ 자금조달 = 업계는 현대가 기아 인수 및 정상화를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이 3조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가 입찰서류에서 3조1천억원의 신규대출을 요구한 바 있다.

우선 내년 3월 납부해야 할 주식인수대금으로 1조1천7백여억원이 필요한데다 공익채권 (협력업체에 미지급된 납품대금과 밀린 종업원 임금 등) 4조5천억원중 상당액을 결제해야 하고, 탕감 후 남은 부채 1조7천억원에 대한 이자 지급 등으로 2조여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인수대금은 현대자동차가 40%를, 현대중공업 등 4개 계열사가 나머지를 분담키로 해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조여원에 달하는 경영자금인데 현대는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채권단에 대출을 요구할 방침이다.

현대측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해외자본유치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던 만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설 것" 이라고 밝혀 앞으로의 협상이 주목된다.

◇ 누가 기아차 경영을 맡을까 = 현대는 이달중 인수팀을 파견할 예정인데 누가 책임자가 되느냐를 놓고 그룹과 자동차 쪽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몽구 회장의 측근인 N씨와 자동차의 P씨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 결과는 향후 현대그룹내 재산분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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