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초대시조-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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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열쇠

이우걸

참으로 유한한 생의 한 터널에서

열쇠를 떨어뜨렸다 중년 가장인 그는

겨울이 난간에 서서 잔설을 뿌릴 시각에,

집을 나올 때도

열쇠를 잊곤 했다

돌위의 문앞에 서서 그는 가끔 생각했다

어쩌면 영영 열쇠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열쇠를 떨어뜨렸다 중년가장인 그는

단정한 칼라의 빈틈없는 일과를 위해

지금은 그가 찾아가

열어야 할 방이 없다.

▒ 시작노트 ▒

겨울이 완연하다.

겨울은 언제나 공격적이다.

그 공격성 때문에 우리는 단련된다.

그래서 봄을 맞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겨울이 유래없이 난폭해지리라는 기상대의 예보다.

그 예보와 더불어 나는 열쇠를 잃은 한 가장을 생각한다.

단련의 겨울이 희망의 봄과 연결되어지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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