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6차 정·재계 구조조정간담회]정부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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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가 5대 그룹에 대해 강공을 펼치는 것은 5대 그룹이 빅딜대상 기업을 어물쩍 끌고가려 한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해놓고 과거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다거나 빚을 정리할 생각은 안하고 채권단에 어물쩍 떠넘겨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30일 "정부는 대기업 개혁이 유야무야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며 "기업을 퇴출시킨다는 기분으로 빅딜에 나서고, 대상 기업의 경영진도 다시 뽑아야한다" 고 말했다.

결국 쟁점의 핵심은 경영권이다. 빅딜 대상이 될만큼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면 경영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재계는 어떻게든 이번 위기만 넘기면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냐는 불신감을 정부는 갖고 있다.

정부는 제대로만 한다면 시한을 약간 넘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시한을 요청해오면 약간 연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제대로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쌍용자동차 모델을 제시했다.

李위원장은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부채를 모그룹이 떠안고 매각하는 방식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 고 밝혔다. 정부는 물론 은행에 기댈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부는 5대그룹 구조조정이 끝나야만 불확실성이 줄면서 돈이 돌고, 외자도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재계 간담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이같은 정부의 절박함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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