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내전지역에 총알받이 소년병 3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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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수십만명의 어린 소년.소녀들이 전쟁터의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다.

소년들은 주로 전투병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어린 소녀들을 전장 (戰場) 의 '성적 (性的) 노예' 로 삼는 곳도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ICC) 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각종 지역분쟁에 전투병으로 참여중인 18세 미만 소년병은 30만명에 이르며 지난 87년 이후 전사한 소년병도 2백만명에 달한다" 고 밝히고 15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징병을 '전범행위' 로 규정했다.

유엔도 '아동과 무력분쟁문제위원회' 의 특별대사를 최근 스리랑카 등 분쟁지역에 파견해 소년.소녀 징병을 금지하라고 요구했지만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소년병은 대부분 강제동원된다.

그러나 '미래의 적군' 인 상대편의 어린이들에 대한 집단학살이 자행되는 일부지역에서는 몰살을 피해 자발적으로 총을 드는 경우도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투의 공포에 시달리다 못해 탈출하는 소년병에게는 가혹한 보복이 가해진다.

어린 나이에 전쟁의 참상을 겪은 소년병들은 다행히 살아남아도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분쟁지역이라 전범임을 확인해도 국제법정에 세우기가 어렵다.

유엔은 다음달 13일 세계아동의 날을 맞아 소년병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해 전세계적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 스리랑카 = 83년부터 정부군과 반정부단체 '타밀엘름 해방호랑이' 간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95년까지의 전투중 사망자만 5만명이 넘는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북부 자프나반도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도 2천명 이상이 숨졌다.

정부군측은 지난달 "자프나전투 전사자중 수백명이 15세 미만의 소년.소녀들" 이라고 발표하고 항복한 13~17세의 소년.소녀 18명을 보도진에게 공개했다.

◇ 우간다 = '신의 저항군 (LRA)' 이라는 이름의 반정부군이 북부도시에 거점을 두고 8년째 정부군과 교전중이다.

LRA에서는 8천여명의 게릴라가 활동중이며 그중 2백여명이 10세 전후의 소년병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점령도시의 모든 남자와 어린이를 게릴라로 징병해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캄보디아 = 20년에 걸쳐 내전이 진행중이다.

전투의 90%는 북부 바단바주 (州)에서 치러지고 있다.

캄보디아 적십자사는 "내전으로 지난해만 1천3백99명이 사망했고 이중 2백40명이 17세 이하의 어린이" 라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반군은 최근 전력이 급격히 약화되자 10세 미만의 어린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징병하고 있어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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