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표절문화 다룬 '일본 대중문화 베끼기'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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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은 '표절의 천국'인가.

영화.만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방송.패션.광고.신문 등 분야별 전문가가 추적한 '일본 대중문화 베끼기'(나무와숲.8천원)는 우리의 부끄러운 실상을 들춰내고 있다.

그냥 버려두자니 심각하고 건드리기엔 너무 예민한 부분을 가감없이 담고 있는 것이다. '표절 백서' 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영화의 경우 최초의 표절소동에 휘말린 '잃어버린 청춘'(유현목 감독.57년작, 일본영화 '夜終'과의 유사성 시비)에서부터 최근의 '접속'(장윤현 감독.97년작, 일본영화 '하루'와의 유사성 논란)에 이르기까지 사례는 수십편. 대중가요에선 엔카풍 금지사태에서 시작된 이후 룰라의 '날개잃은 천사', 최근 H.O.T의 '열맞춰!' 표절논란까지 짚고 있다.

방송.만화.광고 쪽 베끼기 실태분석을 보노라면 말문이 닫힌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예인들의 경우 일본의 '스타 패션'을, 청소년들은 '스트리트 패션'을 그대로 본뜬다.

책의 본문에 나오는 '잡아 죽어라고 베끼고 있다'는 문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경희대 도정일 교수(영문과)는 이렇게 비판한다. "우리의 일본문화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 그게 어떤 부패구조인지에 대한 심각한 반성도 없다. 그것은 '결핍' 이 아니라 '부재' 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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