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오염 위기…핵잠수함 잇단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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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제위기로 시달리는 러시아에 핵잠수함을 중심으로 한 각종 핵폐기물 비상이 걸렸다.

옛소련 냉전시대의 산물인 핵잠수함들이 줄줄이 퇴역을 기다리고 있지만 경제난으로 핵잠수함을 분리하고 핵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16일 경제위기 심화로 러시아 북서쪽끝 콜라만 (灣) 이 한때 세계최강을 자랑했던 옛 소련함대 핵잠수함들의 거대한 공동묘지로 변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핵오염 = 콜라만에는 현재 고준위의 핵폐기물이 저장탱크와 야적장.군기지 등에 계속 쌓여가고 있으며 상당한 양의 핵연료들이 파괴된 저장탱크에서 그대로 유출, 주변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잠수함에서 분리돼 이런저런 형태로 쌓여 있는 폐핵연료는 핵잠수함 1백척분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1백40척의 퇴역 핵잠수함들이 원자로분리와 폐연료처리를 기다리며 아무 대책없이 무작정 콜라만에 떠있다는 것. 관계자들은 콜라만에 야적된 폐연료를 처리하는 데만도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 기지에서 폐연료 등을 열차에 실어 보내는 곳은 우랄산맥의 핵재처리기지인 마야크 화학공장. 하지만 마야크의 핵시설도 지난 수년간 방사능폐기물을 유출, 북해로 들어가는 테차강 등 일대를 오염시키고 있어 이곳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 위치한 태평양함대의 오염도 심각하다.

지난해 5월 핵잠수함 한척이 너무 낡아서 '저절로' 기지 앞바다에서 가라앉아 바다를 대책 없이 오염시키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또 12척의 핵잠수함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노후 발전소 문제도 심각하다.

러시아 원자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가동중인 29개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네곳이 대형사고를 유발했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노후시설이며 특히 톰스크주 소재 두 곳의 핵발전소는 언제든 폭발할 위험이 있다.

◇ 원인 = 핵폐기물 오염이 방치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난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냉전시절 군비경쟁 와중에 탄생한 핵잠수함과 발전소들이 더이상 정상운영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금체불과 경제난으로 핵과학자들이 서방과 중동으로 떠나 핵시설 유지와 안전관리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는 것도 핵오염이 방치되는 원인이다.

또 '인명.환경 경시' 라는 옛소련 시절 사고방식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핵사고와 오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쉬쉬하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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