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문수 신임 무역위원회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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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낙담도 많이 했지만 젊음을 밑천삼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 70년대 후반 재계에 '무서운 아이들' 로 불리우며 신흥재벌로 떠올랐다 침몰했던 율산그룹의 핵심 브레인이 19년만에 국내 수입규제정책을 총괄하는 무역위원회 위원장 (차관급)에 취임해 화제가 되고있다.

정문수 (丁文秀) 인하대 무역학과교수 (49)가 바로 그 주인공. 18일 임기 3년의 제4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정교수는 율산그룹 기획본부장 출신.

"이제부터는 무역위원회를 제2의 율산으로 알고 일하며 개방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머나먼 행로 끝에 첫 직장이었던 정부청사로 다시 돌아온 그는 이제는 '실패한 율산맨' 이라는 말대신 '성공한 통상전문가' 로 불리우고싶다며 껄껄 웃었다.

77년 약관 29세의 나이로 율산그룹의 모기업인 율산실업 상무이사로 취임, 그룹이 망할때까지 2년동안 신선호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정위원장은 그의 인생역정만큼이나 경력이 화려하다.

"촌놈이어서 그런지 한눈 안팔고 공부에 매달리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 전남영광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 행시 (8회) 재경직 수석합격등으로 이어진 그 20대 초반은 성공 그 자체였다.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안병우예산처장등이 바로 고시동기들. 70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시작한 그의 공무원 생활은 74년 우수인재를 경제부처간에 교류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건사회부로 자리를 옮기게됐고 공직생활 5년만에 연금기획과장을 지내는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대학시절 1년반 동안 한 방에서 하숙생활을 했던 것이 신선호회장과의 인연이었다.

그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사회가 어수선하던 81년 '공부밖에 살길이 없다' 는 생각에 도미 유학을 결심, 미시간대학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3년만에 무역법을 전공,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제기구에서 봉사하고싶다는 생각에 아시아개발은행 (ADB) 이 있는 필리핀 마닐라행을 택해 그곳에서 10년동안 통상.금융 법률자문역으로 일했다.

94년 '수구초심' 이라는 생각에 귀국한 그는 그때부터 인하대 교수로 재직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통상분야를 개척해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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