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7호선 도봉산역 설계잘못 30억원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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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가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의 설계를 잘못하는 바람에 완공된지 3년밖에 안된 역사 내부 설비이전과 건물개축이 불가피해져 결과적으로 30여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게 됐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 5월부터 30여억원을 들여 현재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지상 1층에 있는 전기.통신.신호 설비를 지상 2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최근 편성한 내년도 예산에 도봉산역사의 설비이전.장비구입.건물개축 비용으로 31억8백만원을 책정했다.

현재 도봉산역의 하루 이용객은 7천여명으로 하루 매출액이 1백80여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무려 4년6개월치 수입과 맞먹는 규모다.

이러한 거액 추가지출이 발생한 것은 중랑천에 인접한 도봉산역의 역사가 다른 구간과는 달리 유달리 지대가 낮아 침수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하는데도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가 설계 당시 이 점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

실제로 신호.통신.전기장비 등 고가의 설비가 위치한 이 역의 지상 1층 (승강장은 지상 2층) 은 주변 지형을 고려할 때 지하 1층 높이에 불과하다는 게 토목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역사 지상 1층과 지상 2층 사이까지 침수돼 20여일 동

안 지하철역이 제기능을 상실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서울시도시철도공사는 "예산의 추가지출은 지하철건설본부의 설계잘못 때문" 이라고 주장한 반면 지하철건설본부측은 "설비를 높은 지대로 옮기는 것은 장기적인 수해예방을 위한 조치" 라고 해명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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