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완전 항복하라' 미국 끝까지 밀어붙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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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라크의 김빼기 작전에 말려든 미국이 공격을 계속할 것인가.

입장이 난처해지긴 했지만 미국이 공격을 포기했다는 기미는 전혀 없다.

오히려 반대다. 이라크를 향해 겨눈 총포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어놓고 언제라도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자세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 취소, APEC참석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급거 귀국, 계속되는 무력 증강조치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이 이처럼 나오는 이유는 '이번에는 못봐준다' 는 배수진 때문이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에 이어 세번째인 이번에도 잔뜩 공격위협만 해놓고 맥없이 물러선다면 소득없이 후세인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인상만 남기게 된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의미있는 무기사찰 재개에 대한 보장 확보도 없고 ▶후세인의 권좌를 흔들어놓은 것도 아니며 ▶걸프지역 주둔 미군의 위상도 어정쩡하게 만든다는 점 등이 워싱턴의 강경기조를 이끌고 있다.

더구나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주초 "사태가 꼬이는 것을 원치 않으면 당장 공습해야 한다" 고 했던 보좌진의 건의를 물리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컨대 '후세인의 완전항복' 에 준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한 공격포기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선 상황이라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공격에 나서기까지는 몇가지 수순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유엔 안보리회의. 후세인은 지난 2월 이라크사태때 아난 총장과의 협상을 통해 '손끝 하나 까딱 않고' 사태를 종식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아난 총장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의 공격을 피해보려 할 게 틀림없다.

아직 아난 총장이 언제 협상에 나설지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예상되는 이 협상을 무시한 채 공격을 단행하기가 곤란한 처지다.

협상과정에서 후세인의 완전항복을 받아내도록 1차 압력을 가한 뒤 후세인의 태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판단될 경우 곧장 군사공격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우선 15일 (현지시간) 속개되는 안보리회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은 마냥 기다리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후세인을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고 못박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한 클린턴 대통령의 한국.일본방문 (18~22일) 도 유동적이다.

그의 한.일방문 여부와 공격 여부.공격시점이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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