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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 골프장은 시민들에 주는 보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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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억은 때로 창의와 발전을 저해한다. 특히 부정적 측면을 지닌 우울한 기억은 더욱 그러하다. 선입견이라든가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그러한 기억은 많은 이를 움츠리고 주눅 들게 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사안의 본질이 상당히 선량하고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동안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많은 돈을 들여 정성스레 조성한 난지도골프장을 개장해보기도 전에 용도를 변경해 시민공원으로 다시 건설하자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이 그 좋은 예다. 그럼에도 다행스럽게 그 단체들과 우리 공단의 궁극적 지향점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다. 골프장 건설은 곧 자연 파괴를 의미한다는 인식 자체가 부정적 과거의 경험에서 기인한 불행한 기억의 반추일 뿐이다. 공단은 불모의 땅 난지도에 자연친화적인 훌륭한 골프장을 건설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자르거나 파내거나 파괴하지 않았다.

다만 흙을 돋우고 잔디를 깔고 꽃과 나무를 심었을 뿐이다.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자연과 인간이 서로 기대며 상생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 아닌가. 물론 난초와 지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던 아름다운 섬을 학대했던 우리 모두는 오랫동안 미안해 해야 되겠지만.

그릇된 정보들은 때로는 재미있는 오해를 생산한다. 별로 불쾌하지 않은. 일례로 "골프장 대신 공원을 돌려주세요"같은 진지한 오해다. 마치 쓰레기를 덮어 공원을 조성할 자리에 공원 대신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뉘앙스다.

가족과 함께 난지도 나들이를 권하고 싶다. 난지도를 포함한 주변의 녹지 면적은 105만평이다. 아직 지반이 굳지 않고 나무는 크게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공단과 서울시가 함께 노력하고 시민의 꾸준한 관심이 이어진다면 정말 아름다운 공원으로, 서울의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다.

그 드넓은 녹지에서 골프장 사용 면적은 6만평 미만이다. 105만평의 녹지공간에 너무 작은 6만평의 골프장. 전체 면적의 5.6%다. 남산식물원 앞 광장 분수대는 광장 면적의 몇 %인가? 다른 작은 공원에 조성된 화단의 면적은? "분수대 대신 공원을 돌려주세요." "화단에 빼앗긴 공원을 찾고 싶어요." 이런 항의를 본 적이 없다. 난지도골프장은 녹지공간의 장식이 아닌, 기분 좋은 보너스일 뿐이다. 105만평의 녹지공원을 얻은 서울 시민에게 드리는 6만평의 아주 약소한 보너스다.

골프장 건설 과정을 잘 모르는 혹자는 골프장 부지를 "금싸라기 같은 땅을 임대료도 안 내고 사용하느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별로 재미없는 오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우리 공단과 서울시가 체결한 협약서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공단이 전액 투자해 골프장을 건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운영은 공단이 맡아 금리나 여타 조건없이 20년에 걸쳐 투자 원금만 회수해 가겠다는 최소의 조건이다. 일반적인 거래로 말하자면 빌려준 돈을 20년에 걸쳐 무이자로 원금만 받겠다는 조건과 견줘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서울시가 협약을 어기면서까지 난지도골프장 운영권을 빼앗아 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릴 사법부가 엄존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공단과 서울시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며 진정 시민을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일이다.

권오엽 국민체육진흥공단 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