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악명 관타나모 수감자들, 촬영하자 침 뱉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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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3주 동안 관타나모 수용소 내부를 취재한 캐서린 월레스 PD(左)가 수용소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제공]


“극비 시설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3주 동안이나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건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선 큰 행운이었습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기획 프로듀서로 일하는 캐서린 월레스는 2008년 8월 세계 최초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장기간 촬영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일부 제약이 있었지만 수용소 내부를 꼼꼼히 촬영했고 미군 관계자는 물론 수감 됐던 피해자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담아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 테러 이후 미군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붙잡아 수용하고 있는 곳이다. 쿠바 남동부의 미국 조차지에 위치한 이 수용소는 ‘인권 유린’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27㎞에 이르는 철책 담장 안에 갇힌 수감자들이 뚜렷한 혐의도 없이 온갖 고문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부시 정부가 수감자들의 법적 권리마저 묵살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반인권 시설이란 비판이 들끓었다. 결국 미 대법원이 수감자의 재판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소 폐쇄를 공약했지만 여전히 관타나모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된다.

세계 최초로 관타나모 수용소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논란의 중심, 관타나모 수용소를 가다’(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21일 밤 자정 방영)를 기획한 월레스 PD로부터 촬영 뒷얘기를 들어봤다.

-취재는 자유로웠나.

“제한이 있었다. 수감자를 직접 인터뷰할 수 없었다. 또 주요 수감자가 수용돼 있는 캠프는 촬영이 불가능했다. 미군이 필름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편집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처음엔 수감자들이 자신이 촬영되는 것에 분노해 카메라맨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일주일쯤 지나자 안정이 됐고 수용소의 일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수용소 내 인권 실태를 제대로 담지 못한 것 같다.

“수용 초기에 수면 방해나 육체 학대 등 강도 높은 심문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2004년에 수감자 정책에 변화가 있었다. 촬영 중 학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상 그 자체다. 수감자나 미국 정부 어느 쪽으로든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애썼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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