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국감은 대상기관이 특별한 현안이 없는 민족통일연구원.국제협력단이어서 조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한나라당 이신범 (李信範) 의원의 총풍 관련 '폭탄발언' 으로 여야 대결장으로 변했다.
때문에 두 기관에 이은 통일부 현안보고는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공방 끝에 결국 유회 (流會) 됐다.
이날 발단은 통일연구원의 업무보고에 앞서 李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총풍 사건의 주역인 장석중 (張錫重) 씨가 현정부의 대북 밀사였다" 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물증이라며 한 문건을 공개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챈 국민회의측은 즉각 제동을 걸었다.
김상우 (金翔宇) 의원은 "폭로성 발언과 문건의 진위를 가리지 않은 채 그냥 넘길 수 없다" 며 회의를 중단하고 통일부 관계자를 부르자고 제의. 한나라당측은 "통일부가 장석중과의 비밀 커넥션을 은폐했다" 고 강조한 반면, 국민회의측은 "문건을 믿을 수 없다" 고 맞섰다.
결국 여야는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을 불러 흑백을 가리기로 했다.
대신 다른 두 기관에 대한 국감은 간단히 치르기로 합의. 그동안 국민회의측은 신속히 마련한 반박자료를 기자실에 뿌리며 역공을 폈다.
"李의원이 제출한 전체 8쪽의 자료에서 1~7쪽과 핵심내용이 들어있는 다른 한장의 글씨체가 달라 조작 의혹이 있다" 는 것. 한참 뒤 康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통일부의 현안보고에서 양측은 결국 맞고함을 지르며 거칠게 충돌했다.
康장관이 "문제의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 고 거듭 강조하자 李의원은 "총풍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는데도 무슨 소리냐" 며 언성을 높였다.
급기야 김봉호 (金琫鎬.국민회의) 의원이 "정치 기본부터 배워야 할 저질 의원" 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으면서 장내는 수라장이 됐다.
유흥수 (柳興洙.한나라당) 위원장은 휴회를 선포했고, 30여분 뒤 金의원이 사과하는 조건으로 여야는 회의를 다시 진행키로 합의해 사태가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나 사과에 나선 金의원이 李의원 발언을 다시 문제삼자 한나라당측은 "사과가 아닌 훈계" 라며 전원 퇴장, 회의는 유회됐다.
남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