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막내리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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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세계 최초의 지구촌 종합문화축제 98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10일 막을 내린다.

'새 천년의 미소' 라는 행사표어처럼 주최측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다.

9월11일 개막 이래 입장객은 평일 하루 평균 4만명, 주말과 공휴일엔 9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이 결과 지난 8일까지 입장객은 3백만명. 전체 목표 (3백만명)가 이틀 먼저 달성된 셈이다.

준비과정에서 IMF를 만나 강행.포기에 기로에 섰던 기억을 되살리면 '성공' 이라는 말이 걸맞다.

주최측이 분석하는 그 일차 요인은 '내용의 튼실함' 이다.

고대 문명의 유적에서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옛과 오늘의 문명을 어우러지게 연출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 48개국의 풍물공연과 민속공예품 전시, 그리고 오페라 '원효' 등 각종 공연은 15만평 행사장을 늘 가득 메울 만큼 많은 관객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세계의 토속음식 또한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더했다.

해외 언론들의 이목도 경주 엑스포에 쏟아졌다.

지난해 말 일본 산케이 신문이 '21세기 화합을 위한 신문화 창조의 자리' 라며 엑스포 개최 사실을 알린 것을 시작으로 중국 신화사 통신.일본 요미우리 신문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행사 소식을 여러차례 보도했다.

이는 곧바로 세계인의 관심으로 이어져 외국인 입장객만도 10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외국인 입장객 유치목표를 설정하진 않았지만 이만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조직위의 자체 평가.

주최측이 정작 자랑을 늘어놓는 대목은 주한 외국인 대사와 케야르 전 UN 사무총장 등 주요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점이다.

독일.인도 같은 나라의 경우 자국내 문화행사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공식 제안해 왔고 특히 한국 - 이탈리아 문화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조직위가 내세우는 또다른 자랑거리는 교통체증.주차문제 등 '북새통 현상' 을 사전에 막았다는 사실이다.

행사의 결정적인 인프라로는 5백20억원을 들여 확충한 도로. 여기다가 미리 계산을 한 주차장시설은 경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짜증 행사' 의 후유증을 미연에 차단했던 것이다.

여기다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청결 요원' 은 깨끗한 엑스포를 일궈내는데 일조를 했다.

지자체 (경북) 주도로 하되 중앙정부의 협조를 받아 이뤄진 행사로서의 의미도 가볍지가 않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우선은 결국 '국내용' 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적인 것을 선보이기보다는 외국의 고대 유물로부터 풍물.노래.무용.그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펼쳐놓았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 미국 디즈니랜드의 '스몰 월드' 에 온 것 같은 느낌뿐 진정한 문화축제로서 메시지가 약했다는 뜻이다.

케냐의 공예품 도난 사건이나 놀이 기구의 안전 사고도 결코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이 행사가 경주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된 점 또한 해결과제로 남았다.

엑스포가 경주의 관광인식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행사장 외곽을 더 썰렁하게 만드는 역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98 경주 엑스포는 10일 밤 10시 '인류 화합' 을 내건 폐막 행사로 끝을 맺고 앞으로는 2년마다 열린다.

2000년에는 아시아 - 유럽 정상회의 (ASEM) , 2002년 월드컵과 함께 하게 된다.

따라서 '행사의 세계화' 가 가장 심각한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측은 2년6개월이라는 짧은 행사준비 기간에 탓을 돌리지만 핵심적인 것은 컨셉트와 기획력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시 2년밖에 남지 않은 다음 행사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것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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