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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효는 백행의 근본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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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효 (孝) 는 백행 (百行) 의 근본이다.

고전에 효는 모든 덕 (德) 의 근본이자 온갖 행실의 바탕이라 했다.

또한 효는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을 교육하는 기준이라 했다.

요즘같이 가치관이 무너지고 혼탁한 세태에서 효의 간곡한 가르침을 구구절절 되새기며 진솔한 삶의 향기로 승화시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인 (仁).의 (義).예 (禮).지 (智).신 (信) 이 모두 덕이라 하였으며 사람의 도는 인도 (仁道) 라 곧 효를 말한 것이다.

다른 말로 사람의 본성을 하늘에서 받는다고 하여 성 (性) 이라고도 한다 (天命之謂性) .그래서 효는 순천법조 (順天法祖) 라 하여 하늘을 따르고 선조를 본받는다는 뜻으로도 이해한다.

효는 어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효경' 에서 효는 자기 몸을 다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해 나라와 사회일을 하면서 청렴결백하고 공명정대하게 하여 덕과 공을 쌓아 후세에 명예로 남겨 부모와 조상까지 빛내는 것이 효의 극치라 했다.

나라는 존재는 바로 부모와 조상의 연결된 생명체로 자손만대에까지 같은 명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효의 정신은 시공을 함께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하는 사람은 몸을 건강하게 지녀야 하며 불의에 빠지지 않게 단속하고 비굴한 처사를 금하며 법을 위반하거나 명예가 손상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집에서 자기 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밖에서 남의 부모를 받들고 집에서 자기 형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밖에서 사회의 모든 어른을 공경해야 효하는 사람의 도리라 한다.

사회에 나가서 처세함에 있어 교만하지 않으면 존경을 받고 매사를 도리에 맞게 원만하게 처리하면 신뢰가 집중돼 고과가 올라가 인사에 반영, 승급.승진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사람은 신상이 즐겁고,가정이 안정되며 처자와 부모가 행복하게 된다.

이런 유의 효가 가장 (家長) 이 행할 효다.

지난날 동서문화가 교합할 때 선각자들은 동도서기 (東道西器) 를 제창한 바 있다.

서양의 과학문명은 받아들이되 정신은 우리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 뒤 우리의 실정은 거리가 멀게 변했다.

물질기능의 만능 메커니즘에 빠져 반 (反) 인륜적 작태가 도처에서 빈발하고 권모와 술수, 부정과 비리가 만연해 총체적 부패 분위기는 국기를 위협하는 경지에 이르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사실까지 있었다.

국민의 정부가 집권한 이후 제2건국이란 명제아래 새로운 가치정립에 몰두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로 이에 공감하는 바로서, 필자는 상술한 바와 같이 우리민족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힌 효 정신을 다시 일으키는 국가정책을 펴자는 주장이다.

광복 이후 학교교육이 반공과목으로 윤리가 대체되면서 인성 (人性) 교육은 부재 (不在) 상태로 산업정책 일변도 교육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것임을 시인하자는 것이다.

이제부터 도덕교육을 효 중심으로 정립해 전문교사의 양성은 물론 학부모와 연계해 공동 추진한다면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학교의 교육이 맞물려 상승효과가 배증 (倍增) 하리라 믿는다.

가정에서는 전래된 덕목찾기와 조상교훈 따르기, 조상유적 참배 감상문쓰기, 선조 제사 지내기, 보고 느낀 소감쓰기 등으로 근본을 깨닫게 하여 그 성과를 학교에서 인성고과에 반영해 준다면 주효할 것이다.

전통문화.민속체육 행사 등 향토사 중심으로 학교와 지역이 함께 하여 부형과 같이 발표회.글쓰기.설명회.연극.자료전시회 등 다각적으로 기능별로 계발유도하면 청소년 인성순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가정은 사실상 윤리를 가르치는 학교로는 최선의 곳이다.

부모가 자기 부모에게 하는 것을 보고 자녀가 배운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도덕교육의 학습장이다.

조상을 받드는 제사가 1년에 수회씩 있는 우리의 전래가정에선 저절로 인성예절 교육이 되고 있다.

상담사례를 참고로 제시하면 명현의 후손으로 자기가 둘째로 태어났지만 부모님 슬하에서 잦은 예절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전통정서에 하등 부족함을 못느꼈는데 자기가 기른 자식은 공부.거리.시간관계 등으로 큰집 행사에 참사하지 못하고 자라다 보니 같은 사촌끼리라도 큰집 조카에 비해 숭조심 (崇祖心) 이나 예절 등 인성 됨됨이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걱정이 된다며 부모님 사진이라도 모셔놓고 출입할 때나 평소 뵙고 싶을 때 자손과 같이 절하면서 인성을 함양한다면 예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좋다고 했더니 2년 뒤에 와서 자손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감사해 하는 말을 들었다.

권오흥(인간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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