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지폐 방지,7가지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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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상용품' 중 지폐만큼 도용 (위조) 방지를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이 녹아 있는 것도 드물다.

1천원.5천원.1만원권의 지폐 중 위조방지기술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역시 고가인 1만원권. 크게 7가지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우선 용지가 무형광이다.

흔히 쓰는 A4용지가 자외선 등 (燈)에 비춰보면 형광을 내는데 반해 지폐 용지는 아무런 빛도 나오지 않는다.

종이를 하얗게 만드는 형광물질을 빼냈기 때문이다.

위조 방지의 최일선을 지키고 있는 것은 광간섭 무늬. 1만원권 전면 맨 왼쪽의 동심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무늬는 복사기에서 나오는 빛이 지날 때 동심원들이 선풍기 날개모양으로 변질돼 나오도록 설계됐다.

지폐 전면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부분노출은 복사시 흑색으로 변하도록 폴라스틱 (폴리에스테르) 과 알루미늄을 증착시킨 것. 반짝 반짝 빛나기 때문에 어두운 데서도 위조여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세종대왕 오른쪽의 용 무늬 중 용의 눈을 바늘로 찔러보면 정확히 뒷면 용의 눈을 관통한다.

이른바 앞뒷판 맞춤기술이다.

뒷면 경회루 옆의 공간에는 세종대왕이 숨어있다.

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데 이는 용지의 밀도와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해 명암이 이뤄지게 한 은화기술이다.

미세글자를 이용해 위폐 여부를 가려낼 수도 있다.

전면 물시계 무늬 밑에 미세글자로 쓰인 '한국은행' 이 있다.

30여 번이나 되풀이되는데 웬만한 복사기는 이 정도 문자를 판독할 수 없다.

크기 0.2㎜인 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면 시력이 1.5는 되는 사람. 위조 방지기술의 최후 보루는 요판잠상. 전면 오른쪽 하단의 '10000' 바로 위부터 '10000' 이라는 숫자가 세로로 배열돼 있다.

요판잠상은 1백억원이 넘는 고가의 인쇄기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오로지 화폐 제조기관만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

위폐를 막기 위한 여러 기술이 있지만 위조범들의 노력도 끈질겨 미국은 최근 홀로그램 기술까지 도입, 보는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무늬를 달리하는 지폐를 만들어냈다.

이런 가짜 잡아내기 기술이 많이 들어갈수록 화폐개발.제조 비용도 높아지는데 조폐공사는 1만원권의 경우 장당 87원 정도를 받고 한국은행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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