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철저규명 지시에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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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과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 는 지시를 받은 검찰이 긴장국면에 들어갔다.

대검 간부들은 "대통령의 지시는 검찰에 대한 질책이 아닌 수사 독려의 의미와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야당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는 것" 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특히 대통령이 총격요청사건과 관련, "안기부에서 자백한 내용이 고문 시비로 본질이 변질되며 검찰에서 뒤집혀진 이유가 뭐냐" 고 언급한 것을 놓고 서울지검 간부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검 공안1부는 총격 요청사건 수사기록을 재검토하는 등 보강조사에 나섰으나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포착되기 전에는 배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 한 수사관계자는 "이회성 (李會晟) 씨 등이 배후인물로 의심되지만 추가물증이 없는 한 이들을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낼 자신이 없는 것이 고민" 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서 안기부가 지나칠 정도의 언론 플레이를 통해 이회성씨 등의 배후관계를 기정사실화 해놓았기 때문에 검찰이 오히려 '수사력 부재' 라는 비난을 대통령으로부터 듣는 사태가 왔다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세칭 '세풍 (稅風)' 사건의 경우도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차장이 귀국하기 전까지는 정확한 사건 전모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검찰의 고민.

대검 간부들은 "세풍사건은 끝난 게 아니라 계속 수사중인 사건" 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무자들은 "李전차장이 귀국하지 않는 한 더이상 배후관계 수사가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출국 금지된 이회성씨 소환조사도 李전차장 조사후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수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검찰의 수사 의지.속도 등에 불만을 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李전차장의 귀국을 적극 유도해 사건 전모를 신속히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당분간 이들 2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강수사 강도는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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