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밀 한국에 넘겨줬다' 옥살이 로버트 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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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로버트 김을 아십니까. " 58세. 33년전 미국으로 유학가 미국인이 된 한국사람. 한국명 김채곤 (金采坤) .

전직 미 해군정보국 문관. 그러나 지금은 애팔래치아산맥 계곡의 연방교도소에 갇힌 죄수.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정부에 전해준 혐의로 연방수사국 (FBI)에 96년 9월 체포돼 9년형을 선고받았다.

조국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정보를 제공했다가 '간첩' 이 된 그에게 침묵을 지켜온 조국의 동포들이 그의 석방 운동에 나섰다.

국내 각계인사 1백여명으로 구성된 '로버트 김 구명위원회' (공동대표 柳在乾국민회의부총재.李台燮자민련의원.李世中변호사) 는 지난달 31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구명활동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우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로버트 김의 석방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하고 국회의원 연명으로 미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또 PC통신 등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권.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해 3월 결성된 후 특별한 활동을 해오지 못한 위원회가 이처럼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로버트 김의 석방활동을 펴기로 한 것은 최근 있었던 이스라엘과 미국간의 스파이 석방 협의가 자극이 됐다.

"최근 중동 평화회담때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측에 유대계 미국인 스파이 폴라드의 석방을 요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이 적극 검토 의사를 밝힌 것을 보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땠습니까.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김영삼 (金泳三) 당시 대통령은 로버트 김이 미국인이므로 한국정부가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

공동대표 李의원은 오는 20일 클린턴의 방한때 미대사관 앞에서 로버트 김 석방촉구 시위를 벌여 뒤늦게나마 우리 국민들의 단합된 요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로버트 김 가족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노력도 펼쳐지고 있다.

구명위원회 회원이기도 한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李雄鎭.33) 사장은 지난 6월부터 매월 1백만원의 생활비를 버지니아주 스털링 카운티에 있는 로버트 김의 노모 (77) 와 부인 (53)에게 보내고 있다.

부인은 남편이 구속된 후 교회청소부 등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조국의 관심은 미미했지만 로버트 김은 감옥에서 자신이 한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뜨거운 조국애를 표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간첩혐의에 대해 "나는 한국이 보낸 간첩도 아니며 더욱이 영웅도 아니다" 며 "여러가지 정보를 많이 대하는 나로서는 약소국인 조국이 정치적.기술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고 이런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계획했던 것" 이라고 토로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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