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극복수기 공모서 대상 수상 이예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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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지만 이제는 희망을 하나씩 수놓아 가고 있어요. " 충북 청주YWCA 부설 '일하는 여성의 집' 이 여성실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업극복수기 공모에서 지난28일 대상 (청주시장상) 을 받은 이예나 (李禮羅.39.청주시비하동) 씨는 요즘 빠른 속도로 생활에 활력을 찾아가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IMF귀신' 때문에 남편 사별 후 어렵사리 시작한 식당업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생업을 찾아 방황하고 부심하던 지난 반년의 세월. 李씨는 이제 실패는 좌절의 늪이 아니라 용기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오늘도 두아들의 뒷바라지에 희망을 걸고 산다.

추석직후 시작한 녹즙배달로 생계를 꾸려가는 李씨의 월수입은 고작 50만원 정도. 아직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뿌리치지 못하는 신세가 한탄스럽지만 열심히만 하면 제법 짭짭한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어 조금만 있으면 실업극복자 대열에 당당히 나설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李씨에게 시련의 시작은 96년4월 남편이 위암으로 사망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던 李씨는 남편사망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 6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두문불출하는 등 말할수 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겨우 심신을 추스려 친지의 도움으로 시작한 것이 잉어찜식당이었다.

메뉴가 독특해 하나둘 단골이 늘어갈 무렵 IMF사태로 찬서리가 몰아쳤다.

우울증과 목디스크도 심해져 결국 개업한지 1년6개월만인 올5월초 식당을 문닫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정신지체장애3급의 장애아인 둘째아들 (중1) 이 학교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은 더욱 힘들게 했다.

"아이들때문에 주저앉을수 없다는 생각에 뷔페식당, 건강보조식품대리점, 보험회사, 정수기판매회사 등을 옮겨다니며 열심히 일을 했지만 안정된 직장 잡기가 힘들었어요. "

결국 녹즙배달원으로 안착한 李씨는 오전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YWCA에서 의류수선일을 배우고 있다.

내일을 새로 설계하면서.

청주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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